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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속도 내는 중국의 대북 압박 … ‘보여주기’로 그쳐선 안 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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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중국이 모처럼 대북 압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 정부는 그제 북한이 중국과 합작이나 합자한 기업에 대해 ‘120일 내 폐쇄할 것’을 발표했다. 유엔 안보리 2375호 결의안 이행 차원에서다. 이에 따라 북·중 기업은 내년 1월 9일까지 문을 닫아야 한다. 중국 내 북한 식당 100여 곳이 직격탄을 맞을 전망이다. 중국은 앞서 일선 은행들에 대북 신규 거래 중단을 통보하기도 했다. 수전 손턴 미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 대행의 “중국이 바뀌고 있다”는 말처럼 북한 경제의 맥을 누르는 중국의 손아귀에 힘이 더해지는 모양새다.

중국의 대북 압박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는 건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 시행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 기업까지 단속하는 초강수다. 시걸 맨델커 미 재무부 차관은 “북한과 무역을 계속하는 어떤 회사도 표적으로 삼겠다”며 중국을 주시 중이다. 한국·일본·대만 등 이웃 국가들에서 터져 나오는 핵무장 목소리도 중국으로선 부담이다. 중국의 체면을 짓밟는 북한의 잇따른 도발에 중국 스스로 분노한 측면도 있다.

일각에선 중국의 북한 옥죄기 행보가 11월로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앞두고 우호적 분위기 조성을 위한, 즉 보여주기식 조치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대북 제재의 빈틈이 돼 온 중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불신을 반영한다. 하지만 우리는 최근 중국의 조치가 트럼프의 방중 길 닦기가 아니라 북핵 위협의 시급성을 인식한 중국 정부의 입장 변화에서 비롯됐기를 바란다. 중국은 이제 북핵 사태가 중국의 국익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만 따지는 근시안적 셈법에서 벗어나야 한다. 대신 동아시아의 항구적인 평화 건설을 위해, 특히 훗날 역사에 중국의 역할이 어떻게 기록될 것인가의 대국적인 관점에서 책임 있게 행동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