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이 공기조차도 용납 안 돼”…커플 진공 포장한 사진작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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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esh Love’ 초기작. [사진 로스트앳이마이너]

‘Flesh Love’ 초기작. [사진 로스트앳이마이너]

한 커플이 비닐팩 안에 들어가 진공 상태로 뒤엉켜 찍힌 사진이 화제를 끌고 있다.

日 하루히코 가와구치 젊은 작가 # “사람이 혼자서는 완전하지 못한 존재”

최근 온라인 미디어 로스트앳이마이너는 일본 도쿄에서 주로 활동하는 사진작가 하루히코 가와구치(예명 할)를 인터뷰하고 그의 작품 ‘Flesh Love’(육체적 사랑)를 소개했다.

할은 지난 2011년부터 ‘육체적 사랑’ 시리즈를 찍기 시작했다. 할의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그가 생각하는 완벽한 커플은 “그들 사이에 공기조차도 통하지 않는 것”이라 했다. 또 “사람은 혼자서는 완전하지 못한 존재기 때문에 두 사람이 하나가 될 때 비로소 완전해진다”며 “둘이 하나로 완성되는 모습을 보여주려면, 진공 포장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Flesh Love’ 최근작. [사진 작가 홈페이지]

‘Flesh Love’ 최근작. [사진 작가 홈페이지]

할은 모델이 되겠다고 자원한 커플들을 위해 기념비적인 사진을 선물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접근했다고 한다. 그래서 처음에는 일반 스튜디오에서 단순하게 비닐팩에 공기만 빼서 찍다가, 나중에는 이 커플들에게 가장 중요한 장소를 소개받아 그곳을 배경으로 촬영했다. 그곳은 침실이 될 수도 있고, 욕실 혹은 모델 등 사적인 공간이 되기도 했다. 또 특별한 옷이나 물건 등도 함께 비닐봉투에 넣어 진공상태로 만들기도 했다. 진공상태로 영원한 상태를 만드는 거다.

 ‘Flesh Love’ 시리즈. [사진 작가 홈페이지]

‘Flesh Love’ 시리즈. [사진 작가 홈페이지]

할은 ‘진공 상태 커플’을 찍기 위해 나체나 옷을 입은 커플을 대형 비닐팩 안에 넣고, 내부 공기를 빼낸 후 재빠르게 셔터를 누른다. 비닐팩 안에 커플이 들어가 공기를 완벽히 빼내고 밀봉 후 숨을 참는 시간은 약 1분 내외다. 그러나 커플이 비닐 안에서 포즈를 취하고 원하는 모습으로 설정하는 시간이 보통 10분 이상이기 때문에 초보 모델에겐 쉽지 않은 작업이다. 그는 인터뷰에서 “응급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산소 스프레이와 냉각수 등을 구비하고 있다”고 했다.

‘Flesh Love’ 시리즈. [사진 로스트앳이마이너]

‘Flesh Love’ 시리즈. [사진 로스트앳이마이너]

할은 “가끔 결혼사진을 진공상태로 찍어달라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다”며 점차 자신의 사진 스타일이 알려지고 있음을 실감한다고 했다. 그는 “현재 중국, 독일, 미국에서 전시회를 준비하고 있다”며 당분간 그동안 찍어온 사진을 알리는 시간을 갖고 싶다고 했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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