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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다니엘 린데만의 비정상의 눈

충격 안겨준 독일 극우 정당의 약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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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다니엘 린데만 독일인·JTBC ‘비정상회담’ 전 출연자

다니엘 린데만 독일인·JTBC ‘비정상회담’ 전 출연자

지난 일요일 독일 총선거 투표율이 70%를 넘은 가운데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예상대로 자리를 지켰다. 집권 기독민주당(CDU)과 기독사회당(CSU)이 힘을 합해 33%의 지지를 얻었다. 하지만 선거 승패보다 눈길을 끈 건 ‘독일을 위한 대안(AfD)’의 약진이다. 지지율 12.6%로 국회 94석을 차지했다. 기독민주당과 사회민주당(SPD)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득표다.

AfD는 포퓰리즘 성향이 강한 신생 극우 정당이다. 2013년 설립된 이후 난민과 이슬람·유럽연합에 반대해 왔다. AfD는 프랑스·네덜란드·오스트리아·영국에 이어 독일에서도 포퓰리즘이 먹혀든다는 걸 입증했다. 독일의 정치환경은 명백히 달라졌다.

비정상의 눈

비정상의 눈

AfD 소속 국회의원은 튀는 행위로 유명하다. 국회에서 제대로 된 일은 거의 안 하는 대신 회기 때 큰소리로 다른 의원들을 욕하거나 비웃기 일쑤다. AfD를 이끄는 알리스 바이델이라는 여성 정치인은 배경만 보면 진보 쪽에 어울린다. 경제학·경영학 박사학위가 있고 중국에서 일한 경력이 있으며 여성과 동거한다. 두 명의 아들은 입양자다.

그의 연설 단골 메뉴는 “정치적 올바름은 역사의 쓰레기통에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적 올바름(Politische Korrektheit)’은 특히 독일에서 큰 의미를 담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반전에 대한 독일 정부 및 국민의 반성적 성찰과 맞닿아 있다. 정치적 올바름에 따르면 종교·인종과 성 취향을 이유로 타인을 차별하면 안 된다. 말로만 차별해도 문제시된다. 예컨대 ‘외국인(Auslnder)’이라는 말은 자국민과 외국인을 분리한다는 점에서 금기어다. 대신 ‘해외 동료 시민(Auslndischer Mitbrger)’이라고 표현한다. ‘흑인(Schwarze)’은 ‘색깔 있는 사람(Farbige)’이라고 한다.

정치적 올바름을 지키려고 많은 이가 노력해 왔다. 또한 이것이 교육을 통해 사회와 정치 문화에 뿌리내리도록 애써 왔다. 그런데 “정치적 올바름을 쓰레기통에 버리자”는 바이델의 주장에 많은 이가 박수를 치고 총선 표까지 몰아주는 걸 보고 충격을 받았다. 포퓰리즘이 독일에서도 득세하고 있다. 이를 막는 수단은 올바른 교육과 정치 참여뿐이라고 생각한다.

다니엘 린데만 독일인, JTBC ‘비정상회담’ 전 출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