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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인 "한미동맹이 깨지는 한이 있어도 전쟁 안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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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연세대 명예특임교수)는 27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군사옵션을 거론한 것과 관련 “제일 큰 위기는 북ㆍ미 간 우발적, 계획적 충돌인데 재래식보다는 핵전쟁으로 발전되는 것 아닌가 우려가 있다”며 “한·미동맹이 깨지는 한이 있어도 전쟁은 안된다고 많은 사람들이 말한다”고 주장했다. “우리 정부와 충분한 협의 없이 미 전략폭격기가 NLL(북방한계선)을 넘어서는 비행을 하고 돌아왔다는 것은 상당히 걱정되는 부분”이라면서다.

27일 오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동아시아미래재단 창립 11주년 기념 '한반도 위기,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대토론회가 열렸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가 발언하고 있다.임현동 기자

27일 오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동아시아미래재단 창립 11주년 기념 '한반도 위기,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대토론회가 열렸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가 발언하고 있다.임현동 기자

문 특보는 이날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동아시아미래재단 주최 ‘한반도 위기,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를 주제로한 토론회에 참석해 “미국이 군사 행동을 할 때 정치적 목표는 북한 지도부 궤멸과 핵 자산을 없애는 것, 군사적 목표는 적의 군사 지휘부 궤멸인데 지상군 투입 없는 군사 행동으로는 그게 상당히 어렵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말폭탄’을 주고받는데 대해선 “북한과 미국 지도자들이 상당히 자제하는 수사를 써야 한다. 말이 불씨가 되고, ‘말 대 말’은 ‘행동 대 행동’으로 옮겨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해 “제재와 압박이 능사는 아니다”며 “위기를 극복하려면 북ㆍ미 대화, 남ㆍ북 대화와 함께 중국과 러시아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특보는 국제사회의 제재가 효과를 본 이란 모델을 언급하며 “이란은 이슬람 혁명 세력을 지원한 전통시장 상인들을 중심으로 상당한 중산층을 형성하고 있는데 미국이 세컨더리 제재(이란과 정상적 거래 하는 제3국 제재)를 했을 때 중산층이 흔들렸고, (협상을 통한 제재 해제를 공약으로 내건) 하산 로하니 대통령을 당선시켰다”며 “시장을 통한 변화와 시민사회 중산층의 동요가 없으면 제재와 압박을 해봤자 임팩트(효과)가 적어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제재) 타기팅이 평양에 있는 200만 명인데, 그들은 기본적으로 수령(김정은), 당과 일심동체이기 때문에 제재와 압박이 온다고 다른 것을 선택하지 않는다. 제재와 압박은 북한 체제의 변화가 있을 때 시너지 효과가 있지, 지금같은 상황에서는 동력이 약하다”고 덧붙였다.

문 특보는 또 “북한이 엄청난 핵을 가지고 있는데 비핵화 하지 않는다면 대화하지 않겠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말이 안된다”고 강조했다. 현실적인 대안으로 북핵 전문가인 지그프리드 헤커 미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CISAC) 선임연구원이 내건 조건을 인용했다. ▶핵무기를 실전배치하지 않는다 ▶핵 실험과 미사일 시험을 하지 않는다 ▶핵무기를 소형화ㆍ경량화하지 않는다 ▶핵무기를 제3국에 유출하지 않는다 등의 조건이다. 문 특보는 “미국에서 소위 주류라고 하는 한반도 문제를 다뤄본 고위직 사람들은 북한 문제를 다룰 때 보다 유연성 있게 다루자고 하고, ‘동결’을 입구에 두자고 얘기한다. 나도 (그런 차원에서) 한ㆍ미연합훈련 조정을 미국과 협의할 수 있다고 고 얘기했다가 정신 못차리게 (언론에) 얻어 맞았다”며 “모든 것은 협상 아니냐. 카드를 들고 나와 협상하자는 것인데 처음부터 주한미군 철수는 터부시돼있다”고 주장했다.

야권에서 거론하는 전술핵 재배치에 대해선 “중국이나 러시아는 북한이 아니라 중ㆍ러 때문에 갖다놓는 것으로 생각할 것이고, 미 의회에서 통과가 어렵다”, 핵무장론에는 “이란이나 북한처럼 국제사회 불량 국가가 되고, 유엔 안보리 제재 등을 받게 된다”며 실현 가능성을 낮게 봤다.

문 특보는 또 “걱정되는 것은 한국을 무시하고 미국과 중국이 마음대로 하는 ‘코리아 패싱’”이라며 “더 심각한 것은 사드(THAADㆍ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때문에 한국이 완전 샌드위치가 됐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코리아 패싱’은 지난 보수정권과도 연관된다”며 “제재와 압박으로 북한을 붕괴시키려 하면서 북한 문제를 국제사회에 외주를 줬고, 한국이 설 자리가 없어졌다”고 했다.

이에 이명박 정부에서 외교부 차관을 지낸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장은 “미국이 9ㆍ11 테러 이후에 중동 문제에 올인하느라 북한 문제를 다룰 여유가 없었고, (2003년부터) 중국을 끌어들여 6자회담을 만들었다. 사실상 중국에 외주를 준 탓에 북한 문제가 지금까지 해결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제재 효과에 대해서도 “북한의 국영기업이 중국 동북부에서 중국 기업으로 위장해 운영됐는데, 6차 핵실험 전까지는 거기에 대해 아무런 제재가 없었다”며 “이제는 세컨더리 보이콧 등 (제재의) 구멍을 메우는 작업이 신속하게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최소한 6개월 정도는 기다려봐야 제재 효과를 논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김영희 중앙일보 대기자는 “미국과 중국 뿐 아니라 EU(유럽연합)도 (북한 문제에) 상당히 힘을 쓸 수 있다”며 “대화의 기회를 우리 스스로 만들어 남북 간 숨통이 트이게 해야 우리도 미국, 중국, 일본에 대해서 할 말이 생긴다”고 주장했다.

박유미 기자 yumi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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