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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은 사기치고, 어머니·계부는 돕고…일가족 결혼 사기단

중앙일보

입력

검찰 마크 [중앙포토]

검찰 마크 [중앙포토]

 학원 강사 이모씨(여·31)는 2011년 1월 지인을 통해 박모(29)씨를 소개받았다. 박씨는 "어머니를 도와 분양사업 등 부동산 사업을 한다"고 자신을 소개하면서 재력을 과시했다.
다정다감한 박씨의 행동 등으로 둘은 곧 연인이 됐다. 결혼을 약속하고 상견례도 했다.

수원지검, 사기 등 혐의로 20대 구속기소 #여성 6명에게 결혼 앞세워 18억원 상당 금품 가로채 #무직 아들은 '의사' '재력가' 라고 여성에 접근 #부모까지 나서 피해 여성에 결혼 유도 #

상견례장에 나타난 박씨의 어머니 김모(50)씨와 아버지 이모(47·계부)씨는 자신들을 "부동산업자"와 "현직 경찰 간부"라고 소개했다. "시집을 오면 딸처럼 대하고 손에 물도 묻히지 않게 하겠다"고 말하고 서로 음식을 먹여주는 등 화목한 모습을 보였다. 이씨는 박씨와 만난 지 4개월 만에 결혼식을 올렸다.
그런데 결혼식 전부터 박씨 가족은 혼수 비용 등의 이유로 돈을 요구했다. 결혼 후에는 이씨의 부모님까지 찾아가 "재산을 불려주겠다", '좋은 투자처가 있다"며 금품을 요구했다. 이에 속은 이씨 가족은 박씨 등에게 수차례에 걸쳐 13억원 상당을 건넸다.
하지만 모두 거짓이었다. 박씨는 직업이 없었고 현직 경찰 간부라던 아버지 이씨는 계부였고 전직 경찰이었다.

결혼을 빌미로 여성들을 속여 금품을 가로챈 가족 사기단이 검찰에 적발됐다.
수원지검 형사4부(서정식 부장검사)는 26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 등 혐의로 박씨를 구속기소 했다고 밝혔다. 또 달아난 박씨의 어머니 김씨와 계부 이씨를 전국에 지명수배했다.
이들은 2011년 1월부터 올해 7월까지 학원강사 이씨 등 20~30대 여성 6명에게 18억1900만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피해 여성 중 3명의 피해 사실을 확인하고 이들에 대한 것만 먼저 기소했다. 이들 여성 3명의 피해 금액만 15억9000만원에 달한다. 나머지 여성들 사건도 조사 후 추가 기소할 방침이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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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씨는 어머니 김씨 등과 공모해 범행을 저질렀다. 어머니 김씨가 계모임 등에서 만난 지인에게 "아들이 미혼"이라며 범행 대상자를 물색했다. 이후 무직인 박씨가 자신을 의사 등 전문직이나 부동산업을 하는 재력가라고 속여 여성들에게 접근했다.
이들은 박씨가 여성들과 연인 관계가 되면 집으로 초대해 화목한 모습을 보이는 등 "결혼하면 더 잘해주겠다"고 속였다. 여성들이 결혼을 결심하면 이후 금품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박씨는 피해 여성 중 2명과는 실제로 결혼식까지 올렸다. 하지만 혼인 신고는 하지 않았다고 한다. 1명과는 상견례까지 했다. 여성들은 박씨 등에게 적게는 9700만원에서 13억원까지 건넨 것으로 확인됐다. 박씨는 최근 한 방송사에서 자신의 사기행각을 취재하자 지난 달 수원지검에 자수했다. 박씨는 검찰에 자수하기 전에도 피해자를 물색하던 중이었다고 검찰은 밝혔다.

[사진 SBS 그것이 알고싶다 캡처]

[사진 SBS 그것이 알고싶다 캡처]

 학원강사 이씨를 제외한 피해 여성 2명은 박씨 등을 고소했지만 이 가운데 1건은 "결혼 준비 과정에서 생긴 갈등"이라며 혐의를 부인한 박씨 등의 주장이 받아들여져 검찰에서 무혐의 처리되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박씨는 현재 모든 혐의를 어머니 김씨에게 미루고 있지만 여러 정황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일가족이 금품을 노리고 벌인 사기 결혼극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수원=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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