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북핵 등 시급한 문제 산적한데, 트럼프는 왜 NFL과 싸우나

중앙일보

입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미국 스포츠계의 갈등이 연일 고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문제 발언 이후 양측의 갈등은 줄곧 미 언론의 주요 뉴스로 다뤄지며 국가적 논란으로 비화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2일 국가 제창 중 일어서지 않고 무릎을 꿇은 선수를 문제 삼으며 ‘개새끼(sons of bitch)’라고 욕설을 퍼부어 반발을 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EPA=연합뉴스]

이후 분노한 선수들이 무릎 꿇기에 동참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연이은 트윗글로 도발을 이어갔다.
25일에도 트위터에 “많은 사람이 무릎을 꿇은 선수들을 야유했다. 이들은 우리 국기에 대한 존경을 요구하는 팬들이다”라는 글을 남겼다. 이어 “무릎 꿇는 것에 대한 이슈는 인종과 아무 상관 없다. 우리나라와 국기·국가에 대한 존경의 문제다. NFL을 이것을 존중해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국가(國歌)를 위해 기립#StandForOurAnthem’이라는 해시태그를 달기도 했다.

22일 ‘개XX’ 발언 이후 NFL 맹비난 #러시아 대선 개입 수사 급물살 타자 #정치적 위기 타개 위해 NFL 이용 #인종차별 문제삼는 선수들의 저항 #애국심 문제로 오도해 지지자 결집

북핵 문제 등 시급한 문제가 산적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왜 NFL과 다투고 있을 걸까. CNN은 25일 그 이유를 분석했다.

CNN은 선수들이 게임을 하면서 큰돈을 번 부자이기 때문이라고 첫 번째 이유를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은 백만장자이면서도 보통사람을 대변한다고 믿는다. 또 선수들이 막대한 돈을 버는 것에 대해 많은 보통 사람들이 분개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보통사람인 유권자의 분노를 자극하는 한편, 그 분노의 대상을 직접 공격해 세를 결집하려는 속셈으로 NFL을 공격 중이란 얘기다.

NFL 볼티모어 레이븐스 선수들이 24일(현지시간) 열린 잭슨빌 재규어스와 시합에 앞서 국가가 연주되자 그라운드에 무릎을 꿇고 항의하는 모습. [AP=연합뉴스]

NFL 볼티모어 레이븐스 선수들이 24일(현지시간) 열린 잭슨빌 재규어스와 시합에 앞서 국가가 연주되자 그라운드에 무릎을 꿇고 항의하는 모습. [AP=연합뉴스]

선수들 대부분이 흑인인 것도 트럼프가 NFL을 공격하는 이유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수들이 국가를 모욕하고 있다며 ‘우리의 유산’ 같은 말을 사용한다.
CNN은 백인우월주의자를 옹호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입에서 나온 이런 말이 그의 백인 지지자들에겐 인종적 용어로 들린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흑인을 배제하기 위해 이 말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역시 지지자를 결속시키기 위해 NFL을 이용한다는 의미다.

마지막 이유는 이 논란을 애국심 문제로 만들어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용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NFL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의 쿼터백 콜린 캐퍼닉 선수는 인종차별에 항의하기 위해 처음 무릎을 꿇었다. 당시 흑인들이 경찰의 총격으로 목숨을 잃는 일이 빈번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그의 행위를 국가에 대한 충성 부족으로 오도했다.
많은 국민들에게 소구력 있는 강력한 감정, 애국심으로 국면을 전환한 것이다.
그는 26일 오전에도 트위터에 “국가를 존중하지 않는 NFL과 선수들에 대한 거대한 반발이 일고 있다”고 글을 남겼다. 성조기 이모티콘과 함께 #StandForOurAnthem이라는 해시태그도 붙였다.

트럼프의 이같은 전략이 적중한 듯, 평소 트럼프를 지지하지 않았던 공화당의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조차 24일 인터뷰에서 “나는 국기를 무례하게 대하는 버릇없는 부자 운동선수들의 팬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CNN은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NFL과 전쟁을 벌이는 시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지난주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의혹 수사는 급물살을 탔다. 20일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캠프 선대본부장을 맡았던 폴 매너포트가 당시 러시아 억만장자에게 선거 관련 브리핑을 제안했다 보도했다.
또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팀은 백악관에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과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해임 과정을 포함한 13개 항목의 광범위한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24일엔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가 공식 업무에 개인 이메일을 사용한 것이 드러났다.
자신에게 불리한 이슈들이 쏟아져나오자 관심을 돌리는 데 NFL이 이용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CNN은 “트럼프처럼 애국심을 무기로 삼고 인종 간 긴장을 조성해 정치적 이득을 얻으려던 대통령은 없었다”며 “트럼프의 이런 전략이 우리 민주주의에 장기적으로 입힐 해악을 그냥 보고 넘길 수 없다”이라고 전했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na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