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10년만에 세상을 먹은 신흥종교

중앙일보

입력

9월9일 오후 6시 20분경. 서울대입구역 셔틀버스정류장

9월9일 오후 6시 20분경. 서울대입구역 셔틀버스정류장

어느 날 오후 차를 몰고 봉천동을 지나가는 길이었다.
서울대와 봉천4거리를 오가는 셔틀버스 정류장 대기 줄이 길었다. 대부분 도서관에 밤공부하러 가는 학생들이거나, 놀러 나왔다가 기숙사로 들어가는 학생들로 보였다. 하나같이 ‘경전’ 하나씩을 들고 있었다. 목을 꺾고 어깨를 구부리고 한손 또는 두 손으로 경전을 공손히 받쳐 든 모습도 비슷했다. 핸드폰교도들이다.
교세를 빛의 속도로 불려 국적, 성별, 노소, 시간, 장소를 가리지 않고 등장 10년 만에 세상을 평정했다. 믿음이 부른 순교자도 심심찮게 나온다. 경전을 보며 걷다가 맨홀에 빠지고, 자동차에 깔리고, 급류에 휩쓸리거나 벼랑에서 떨어지기도 한다. 운전대를 잡고 진리를 추구하다가 현장에서 승천하는 신도도 있다.
급기야 당국이 ‘업무 외 시간 카톡 금지’ 같은 박해법을 준비하는 지경에 이르렀지만 불길을 잡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신념은 박해받을수록 강해지니 말이다.
나도 광신도이니 말해 무엇 하랴. 아미타불할렐루야

안충기 기자·화가 newnew9@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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