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기 농민 딸, "진정성 없는 경찰 사과 받을 수 없었다"

중앙일보

입력

故 백남기 농민의 딸 도라지 씨가 7일 오후 윤대진 1차장검사와 이진동 형사3부장을 면담을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故 백남기 농민의 딸 도라지 씨가 7일 오후 윤대진 1차장검사와 이진동 형사3부장을 면담을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2년 전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쓰러진 뒤 숨진 백남기 농민의 딸이 아버지 사망 후 1년 만에 입을 열었다. 25일 한겨레신문은 백남기 농민의 기일을 앞둔 21일 그의 딸 도라지 씨를 만나 진행한 인터뷰 내용을 실었다.

고인은 2015년 11월 열린 '1차 민중총궐기' 시위 도중 차벽을 뚫기 위해 버스에 묶인 밧줄을 잡아당기던 중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쓰러졌다. 구급차에 실려간 뒤 서울대학교 병원에서 4시간에 걸친 대수술을 받았으나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고 2016년 9월 25일 사망했다. 고인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후보 시절 내걸었던 쌀값 21만원 보장 공약을 지키라고 요구하며 민중총궐기에 참가했다.

그리고 1년이 지났다. 정권도 바뀌었고 사인도 '병사'에서 '외인사'로 바뀌었지만 도라지 씨는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없는 진정성 없는 사과를 받을 수는 없었다"라며 입을 뗐다. 도라지 씨는 "이철성 경찰청장이 저희 가족을 찾아와 사과하겠다고 했는데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라며 "사고 이후 아무도 내부징계를 받은 사람이 없었다. 조사가 마무리 될 때까지 직무정지라도 받았어야 했는데, 그런 것도 없었다. 다들 승진했거나 퇴임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사과를 받겠느냐"고 말했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고(故) 백남기 농민 1주기를 하루 앞둔 22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유족인 백도라지씨를 만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낙연 국무총리가 고(故) 백남기 농민 1주기를 하루 앞둔 22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유족인 백도라지씨를 만나고 있다. [연합뉴스]

정권 교체 뒤 경찰은 경찰개혁위원회를 꾸렸다. 위원회는 최근 '소요사태가 벌어지지 않는 한 살수차를 (일반)집회 현장에 투입하지말라"는 권고를 했고 경찰은 이를 수용했다. 이에 대해 도라지씨는 "우리나라가 진정한 민주 국가였다면 애초에 이렇게 했어야한다"면서도 "지금 경찰이 진정 반성하고 변화하려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수사권 조정 국면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해 하는 제스처로밖에 안 보인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올바른 방향으로 바뀌고 있는 거라면 환영한다"고 이 신문에 말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