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이 노력하면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이른바 '계층 이동'의 꿈을 실현할 수 있을까. 과거에는 가능했을지 모르지만 이제는 어렵다. 최근 13년 사이 계층 이동에 성공한 이들의 숫자가 2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개천에서 용이 나올 수 없는 구조'라는 뜻이다.
25일 재정학연구 최근호에 실린 서울대 경제학부 박사과정 오성재 씨와 같은 학부 주병기 교수의 '한국의 소득기회불평등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개인의 소득은 노력뿐 아니라 부모의 경제력·학력 등 사회경제적 환경, 선천적 재능, 우연적 요소에 따라 결정된다.
논문은 한국노동패널 1차(1998년)에서 18차(2015년) 자료를 바탕으로 1998년, 2003년, 2008년, 2014년 가구주 연령 30∼50대 가구의 가처분소득을 중심으로 분석했다. 사회·경제적 환경변수로는 가구주 부친의 교육수준과 직업을 놓고 봤다. 직업은 고숙련자(고위임직원·관리자·전문가 등), 중숙련자(사무·서비스·판매업 단순노무 종사자), 저숙련자(농림어업 종사자)로 나눴다.
그 결과 가구주 부친의 직업과 학력에 따라기회불평등이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든 조사 기간에서 고숙련 집단과 저숙련 집단 간 기회불평등이 나타났다. 특히, 기회불평등은 부모의 직업이 저숙련일 때 집중됐다.
논문은 자체 개발한 개천용불평등지수도 내놨는데, 이 지수가 1이면 최상위소득을 얻는 사람 중 최하위 환경을 가진 사람이 전혀 없다는 것을 나타낸다. 기회불평등이 가장 높다는 의미다.
조사 결과 자체 개발한 이 지수는 조사 기간 꾸준히 올라갔다. 특히 가구주 부친의 직업환경을 분석한 결과 기회불평등도는 2001년 10%대에서 2014년 40% 가까이 증가했다.
2001년에는 최저 환경에서 성공할 수 있는 10명 중 1∼2명이 성공하지 못했다면 2014년에는 4명 가까이 성공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논문은 "공교육 중심의 평준화된 교육체계와 빠른 경제 성장으로 1990년대 초까지 한국 소득불평등은 낮은 수준을 유지했고 세대 간 계층 상승 기회도 비교적 높은 수준으로 알려졌다"며 "하지만 높은 불평등과 양극화로 기회평등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크게 악화했고 자녀 교육을 통한 신분상승 희망도 사라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