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언론 “중국 5대은행, 대북 금융 거래 중단”

중앙일보

입력

중국은행을 비롯한 중국의 주요 상업은행이 북한 국적 개인ㆍ기업의 계좌 개설과 송금 업무를 중지했다고 마이니치신문이 23일 보도했다. 신문은 베이징(北京) 시내 중국 5대 은행 지점에서 확인한 결과, 북한 관계자의 계좌 개설ㆍ송금 등이 불가능했고 북한 기업에 대한 융자도 중지됐다고 전했다. 이 조치는 중국 인민은행(중앙은행) 등 금융 감독 당국의 뜻에 따른 것으로, 사실상의 대북 독자 제재로 보인다고 신문은 분석했다.

마이니치, 베이징ㆍ단둥서 확인 보도 #중국 외교부는 “사실과 다르다” 밝혀 #올 1~8월 중국 대북 수출은 25% 늘어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 전경. 자료: 아시아타임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 전경. 자료: 아시아타임스

 이에 따르면 중국 상업은행의 한 직원은 대북 거래 중지에 대해 “인민은행의 지시다. 다른 상업은행도 같은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중 접경지역인 랴오닝(遼寧) 성 단둥(丹東)에서도 같은 조치가 내려졌다. 이곳의 지방은행 창구 담당자는 "계좌 개설은 물론 송금 업무도 동결됐다"고 밝혔다. 이는 중국의 은행 업무를 감독하는 은행업감독관리위원회가 지난달 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 결의 이행에 주의를 촉구하는 문서를 일선 금융기관에 내려보낸 것과 맞물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 5대은행의 하나인 중국공상은행.

중국 5대은행의 하나인 중국공상은행.

 마이니치는 중국이 사실상 대북 독자 제재에 나선 것은 미국의 압력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은 지난 6월 북한과의 거래를 통해 자금 세탁에 관여했다는 이유로 지방은행인 단둥은행을 제재대상으로 지정한 바 있다. 마이니치는 베이징과 단둥에서의 대북 금융거래가 중지된 만큼 중국 금융기관의 대북 거래는 전면적으로 동결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전했다. 베이징의 외교 연구 관계자는 마이니치에 "중국 측은 대형은행이 북한과 거래를 계속해 미국에 증거가 잡힐지를 두려워하고 있다"며 "스스로 거래를 중지해 미국에 선수를 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2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 인민은행이 북한과 신규 거래를 중단하도록 일선 은행에 통보하는 등 새 금융제재에 나섰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고 부인했다.

 한편 올 1~8월 중국의 대북 수출액은 22억8241만달러(약 2조5752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3% 포인트 늘어났다고 산케이신문이 24일 중국 세관총서(관세청) 통계를 인용해 전했다. 같은 기간 북한의 대중국 수출액은 13억3213만달러(약 1조5030억원)로 13.5% 포인트 줄었다. 이는 중국이 지난 2월 북한산 석탄 수입을 일시 중단한 것 때문으로 보인다. 이 기간 북·중 간 무역 총액은 중국의 수출 증가에 힘입어 7.5%포인트 증가했다. 다만 중국이 지난달 북한산 철광석ㆍ해산물 수입을 금지하고 지난 23일에는 대북 석유제품 수출을 다음달 1일부터 제한하고, 북한산 섬유제품 수입을 금지키로 한 만큼 9월 이후 양국 무역은 감소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
도쿄=오영환 특파원 hwasa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