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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첨단 무기 도입 합의 … 핵추진 잠수함도 협의 가능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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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유엔총회 참석을 마친 문재인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미국 존 F 케네디 국제공항을 출발하기 전 전용기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유엔총회 참석을 마친 문재인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미국 존 F 케네디 국제공항을 출발하기 전 전용기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한국의 최첨단 군사자산 획득과 개발 등을 통해 굳건한 한·미 연합방위태세를 유지·강화하자”는 내용에 합의했다고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한·미 정상은 이날 유엔 총회가 열리고 있는 미국 뉴욕에서 취임 후 두 번째 양자 정상회담을 했다. 이 자리에서 양국 정상은 “북한에 대해 압도적인 군사력 우위를 유지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며 “한국과 주변 지역에 미국 전략자산의 순환배치를 확대하자”는 데 공감했다고 박 대변인은 밝혔다.

문 대통령·트럼프 두 번째 회담 #청와대 “구체적 무기 종류 논의 안 해” #F-35A, 글로벌호크 더 살 수도 #전략자산 순환배치 확대에도 공감 #B-1B, 항공모함 등 자주 올 듯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한국이 첨단 무기를 도입한다는 원칙에 대한 합의”라며 “구체적 무기 종류와 성격 등에 대해서는 아직 논의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략 무기에 대해서는 소유국(미국) 내부 규제 등의 문제가 있다”며 “정상 간 합의가 이뤄진 만큼 내부 논의가 (양국의) 여러 실무 단위에서 진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국 정상이 합의한 ‘최첨단 군사자산 획득과 개발’은 문 대통령이 조속한 구축을 지시한 한국형 3축 체계와 관련돼 있다. 킬체인(Kill Chain·전쟁이 임박할 때 북한의 미사일과 방사포 선제공격), 한국형미사일방어(KAMD), 대량응징보복(KMPR·북한 적 지휘부 타격) 등 3축 체계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맞서기 위한 우리 군의 핵심 수단이다. 이를 위해 한국은 이미 미국으로부터 F-35A 스텔스 전투기, 패트리엇 미사일(PAC-3), 이지스 구축함, 글로벌호크 무인정찰기를 사들이기로 계약했다. 여기에 더해 P-8 포세이돈 대잠초계기, 각종 정밀유도 미사일 등을 구매할 방침이며, F-35A와 글로벌호크를 추가 도입할 가능성도 있다. 레이더·탄도미사일·정밀유도 미사일 등의 기술 이전도 우리가 미국 측에 요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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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추진 잠수함 도입 문제도 실무자의 협상 테이블에 오를 것이란 관측이다. 다만, 실제 양국이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에 합의하더라도 걸림돌이 있다. 실제 작전을 수행하려면 최소 3척이 필요한데, 1척에 필요한 예산이 2조원을 넘어설 정도로 고가여서다. 또한 미국으로부터 기술 이전하는 시간까지 포함하면 최소 5년 이상 걸리는 장기 과제다.

핵추진 잠수함은 고농축 우라늄을 연로로 쓰지만 한·미 원자력협정에 따르면 한국은 미국의 동의가 있더라도 20% 넘는 농축 우라늄을 보유할 수 없다. 농축률 90%의 우라늄을 사용하는 미국 핵추진 잠수함처럼 작전 효율을 높이려면 당장 원자력협정부터 개정해야 하는 문제가 뒤따른다.

한·미 정상이 ‘미국 전략자산의 순환배치’에 합의한 만큼 B-1B 전략폭격기와 F-35B 스텔스 전투기, 핵추진 항공모함, 핵추진 잠수함의 한국 방문 횟수도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deplorable’ 표현에 웃은 트럼프=한·미 정상회담에선 ‘개탄스럽다(deplorable)’는 단어가 화제가 됐다. 문 대통령이 인사말을 통해 “북한의 도발이 대단히 개탄스럽고, 우리를 격분시켰다”고 말하자 통역이 ‘개탄스럽다’를 ‘deplorable’이라고 표현했다. 진지한 표정으로 문 대통령의 발언을 들었던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이 ‘deplorable’이라는 단어를 써서 기쁘다. 내가 그 단어를 써 달라고 부탁한 것이 아니다. 이는 나와 수백만 명에게 행운의 단어였다”며 웃었다.

워싱턴 정가에선 이를 지난해 미국 대선 당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트럼프 지지자들을 개탄스러운 집단(basket of deplorable)으로 표현했다가 역풍을 맞은 일과 관련지었다. 그러나 한 외교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유화주의자처럼 표현했던 문 대통령이 북 도발에 대해 강한 비판을 쏟아내자 의외라는 뜻으로 농담을 던진 것으로 보일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6차 핵실험 직후인 지난 4일 트위터에 “내가 한국에 말했듯이, 그들은 북한에 대한 유화적 발언(talk of appeasement)이 효과가 없을 것이란 점을 알아 가고 있다”고 했었다.

뉴욕=강태화 기자, 서울=이철재·허진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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