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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기 회장 “회사에 짐 안 되겠다” 전격 사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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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여비서 성추행 혐의를 받고 있는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이 21일 전격 사임했다. 김 회장은 이날 동부그룹 발표문을 통해 “최근 제가 관련된 사건으로 물의를 일으킨 것에 대해 사과드린다. 많은 분들께 심려를 끼쳐 드려 죄송하다”고 공식으로 사과했다. 이어 “제 개인의 문제로 인해 회사에 짐이 되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해 오늘 동부그룹의 회장직과 계열회사의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겠다”면서 “특히 주주, 투자자, 고객, 그리고 동부그룹 임직원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사임의 변을 “늘 여러분들의 행복과 동부그룹의 발전을 기원하겠다”는 말로 마무리했다.

여비서 성추행 혐의로 고소 당해 #신임 회장에 이근영 전 금감위원장

앞서 김 회장의 비서로 근무한 A씨(31)가 김 회장으로부터 올해 2월부터 7월까지 상습적으로 강제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며 지난 11일 고소장을 제출했다. 그러나 동부그룹은 두 사람의 신체 접촉은 있었지만 합의에 의한 것이고 강제 추행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오히려 A씨가 이를 빌미로 거액을 요구해왔다고 밝혔다. 동부 관계자는 “강제추행 혐의를 인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만큼 회장으로서 이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는 것”이라며 “(김 회장이) 최근 며칠 동안 깊이 고심한 끝에 물러나겠다고 결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근영

이근영

동부그룹은 김 회장의 후임으로 이근영(80) 전 금융감독원장을 신임 회장으로 선임했다. 신임 이 회장은 대전고와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제6회 행정고시에 합격했다. 재무부(현 기획재정부) 세제국장과 세제실장을 거쳐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산업은행 총재(현 은행장), 금융감독위원회 위원장 겸 금융감독원장 등을 지냈다.

특히 이 회장은 2008년부터 동부메탈·동부생명·동부화재 사외이사 등을 역임했고 2013년부터 현재까지 동부화재 고문직을 맡는 등 동부그룹과 인연이 깊다. 동부그룹은 “이근영 회장이 앞으로 김준기 회장 사퇴에 따른 그룹 내부의 혼란을 수습하고 경영을 쇄신해 나갈 것”이라며 “이 회장을 중심으로 계열사별로 전문경영인에 의한 자율 책임경영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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