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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성난 황소'의 주인공, 전설의 복서 제이크 라모타 별세

중앙일보

입력

로버트 드니로가 주연한 영화 ‘성난 황소(Raging Bull)’의 실제 주인공인 복서 제이크 라모타가 20일(현지시간) 별세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향년 95세.

106전 83승 …미들급 세계챔피언 #은퇴 후엔 승부조작 연루 등 불명예 #스코세지 감독, 굴곡진 삶 영화로 #라모타 연기한 드니로, 아카데미 수상

미국 연예매체 TMZ에 따르면 그는 이날 요양시설에서 폐렴으로 사망했다. 그의 아내는 “라모타는 위대했고 강했으며, 유머를 지닌 다정한 사람이었다는 걸 알아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2005년 자신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성난 황소'의 주인공 로버트 드니로(왼쪽)을 만난 제이크 라모다. [AP=연합뉴스]

2005년 자신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성난 황소'의 주인공 로버트 드니로(왼쪽)을 만난 제이크 라모다. [AP=연합뉴스]

1945년 숙명의 라이벌이던 슈거 레이 로빈슨과 경기 중인 라모타(왼쪽). [AP=연합뉴스]

1945년 숙명의 라이벌이던 슈거 레이 로빈슨과 경기 중인 라모타(왼쪽). [AP=연합뉴스]

1920년 뉴욕 브롱크스의 이탈리아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건강 탓에 미군 입대가 거부된 뒤 복싱을 시작했다. 그는 최고의 펀치를 날리기 위해 상대 선수의 타격을 뚫고 저돌적으로 돌진하는 경기 스타일로 ‘브롱크스의 황소’라는 별명을 얻었다.
1941년~1954년 106전 83승(30KO) 19패 4무라는 전적을 기록하며 미들급 세계 챔피언을 지냈다.
특히 43년 링의 전설로 불리는 슈거 레이 로빈슨에게 첫 패배를 안겨줬다. 당시 로빈슨은 40전 무패로 프로 데뷔 전승을 기록 중이었다. 이후에도 두 사람은 숙명적 라이벌 구도를 유지했다.

49년엔 프랑스 샹송 가수 에디트 피아프의 연인이었던 마르셀 세르당을 제압해 미들급 세계챔피언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세계타이틀을 보유 중이던 51년 그가 로빈슨과 벌인 3차 방어전은 마틴 스코세지 감독이 ‘성난 황소’를 찍는데 영감을 줬다고 알려져 있다. 당시 13회 TKO로 패배한 라모타는 앞을 볼 수 없을 만큼 퉁퉁 부은 눈두덩을 하고 집요하게 파고들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은퇴 후엔 몇몇 영화에 출연하고 스탠드업 코미디언으로도 활동했다.  미성년자에게 남성을 소개한 혐의로 옥살이하고, 승부조작 스캔들에 휘말리는 등 은퇴 후의 삶은 순탄치 않았다.

영화 '성난 황소'에서 라모타를 연기한 극 중의 로버트 드니로. [중앙포토]

영화 '성난 황소'에서 라모타를 연기한 극 중의 로버트 드니로. [중앙포토]

스코세지 감독은 라모타의 이런 파란만장 일대기를 그려 ‘성난 황소’라는 최고 걸작을 만들어냈다.
특히 극중에서 ‘제이크 라모타’를 연기한 드니로의 연기는 압도적이다. 그는 20㎏ 이상 체중을 늘렸다 줄이며 열연했고 압도적 연기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당시 라모타는 약 1년간 직접 드니로를 훈련시켰다. 드니로는 미 언론을 통해 “챔피언이여, 편히 잠드소서”라고 애도했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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