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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대사는 외교상 기피인물’ … 빈협약 따라 각국 도미노 추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19일 평양에서 최선희 북한 외무성 미국국장(왼쪽)과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주북한 러시아 대사가 만나 한반도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 주북한 러시아 대사관은 이 사진을 페이스북에 공개했다. [연합뉴스]

19일 평양에서 최선희 북한 외무성 미국국장(왼쪽)과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주북한 러시아 대사가 만나 한반도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 주북한 러시아 대사관은 이 사진을 페이스북에 공개했다. [연합뉴스]

지난 3일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북한을 향한 국제사회의 기피현상이 번지고 있다.

멕시코·쿠웨이트 이어 스페인까지 #북 6차 핵실험에 항의해 추방 조치 #북 최선희, 러 대사 만나 현안 논의 #중·러는 오호츠크해서 연합훈련

AFP통신 등에 따르면 스페인 외교부는 18일(현지시간) “북한의 6차 핵실험은 평화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라며 “오늘부로 북한 대사는 ‘외교상 기피 인물(페르소나 논 그라타·persona non grata)로 지정됐다”고 밝혔다. ‘외교관계에 관한 빈 협약’(제9조)에 따르면 주재국은 자국 결정에 대한 설명 없이 파견국의 외교관을 기피 인물로 규정해 파견국 정부에 통보할 수 있다. 파견국은 통보를 받으면 해당 인물을 소환하거나 외교관직을 박탈하는 게 관례다. 2014년 대사관 개설을 허용한 스페인 당국은 김혁철 북한 대사를 이달 말까지 스페인을 떠나라고 명령했다. 유럽에서의 첫 북한 대사 추방이다.

이에 앞서 멕시코와 페루가 지난 7일과 11일 각각 김형길·김학철 대사를 추방했다. 쿠웨이트 역시 17일 서창식 북한 대사를 페르소나 논 그라타로 지정해 추방키로 했다. 남미·중동에 이어 유럽으로까지 북한 대사 추방이 확산하는 모양새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여러 국가들의 북한 외교관 추방조치는 북핵 불용에 대한 확고한 의지와 함께 북한의 지속적인 도발 및 위협에 대한 강력한 경고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이와 별도로 유럽연합(EU)이 EU 역내에서 북한으로 송금한도를 1인당 1만5000유로(약 2022만원)에서 5000유로(약 674만원)로 낮추는 등 독자제재안을 마련 중이라고 일본 요미우리신문이 19일 보도했다. 북한의 제3 교역국인 필리핀과 태국도 교역을 중단하거나 규모를 축소키로 했다. 또 북한의 동남아 거점지역이자 우방국인 베트남도 무기 거래 자금을 거래하는 것으로 의심받아 온 단천은행의 지점장을 추방하는 등 북한을 향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대사 추방은 외교관계 단절의 전단계 조치”라며 “아웅산 묘소 폭발사건 때의 미얀마처럼 직접 관련국이 외교 단절을 한 적은 있지만 (각국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에 대해 양자 외교관계로 북한을 압박하는 현상은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국제사회가 북한의 6차 핵실험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북·중·러는 밀착 강화?=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18일(현지시간) 전화 통화에서 북한에 대해 최대압박을 가하기로 했다고 백악관이 전했다. 하지만 중국이 얼마나 움직일지는 여전히 미지수라는 지적이다.

일각에선 국제사회의 ‘북한 외톨이’ 전략이 오히려 북·중·러 협력이라는 ‘부작용’으로 나타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최선희 북한 외무성 미국국장이 18일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주북 러시아 대사와 만나 한반도 문제를 논의했다. 미국 담당 국장이 러시아 대사를 만나 현안을 협의한 것이다. 신각수 전 주일대사는 “미국이 안보리 제재를 보충하기 위해 군사적 옵션과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 등을 언급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고, 이에 따라 중·러가 (대응) 방안을 찾으려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 당국자들이 ‘군사적 옵션’을 통한 북핵 문제 해결을 거론하는 가운데 중국·러시아가 잠수함 등 대규모 함정들을 동원해 26일까지 오호츠크해에서 연합훈련을 실시하는 것도 한·미·일 동맹 강화에 대한 양국의 견제 또는 맞불 성격이 짙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북한 핵문제로 한·미·일의 협력이 강화될수록 중국과 러시아가 아시아에서 전략적 균형을 잡기 위해 북한을 포용할 수도 있다”며 “한국은 ‘대북제재는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대화와 협상의 수단’이라고 중국과 러시아를 설득하며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용수·박유미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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