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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북 후 망명했던 조영삼, ‘文 정부 성공’ 글 남기고 분신 시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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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무단 방북 뒤 독일로 망명했던 ‘마지막 독일 망명가’ 조영삼(58)씨가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반대”를 외치며 분신을 시도했다. 조씨는 전신에 3도 화상을 입고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지만, 생명이 위독한 상태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19일 오후 서울 상암동 누리꿈스퀘어 비즈니스타워 18층 야외 테라스에서 조씨가 1리터짜리 플라스틱병에 담긴 인화물질을 자신의 몸에 뿌린 뒤 분신을 시도했다고 밝혔다.

조씨는 1995년 8월 비전향 장기수 이인모(2007년 사망)씨의 초청으로 무단 방북한 뒤 중국을 거쳐 독일로 망명했다. 독일 뷔르츠부르크에 체류하던 그는 2012년 자신의 가족을 먼저 귀국시킨 뒤 그해 말 자진 입국해 국정원에 체포됐다. 이후 방북 당시 김일성 동상에 헌화하고 김일성 시신을 참배한 혐의(국가보안법 위반)로 재판에 넘겨져 2014년 4월 최종심에서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출소 뒤에는 경남 밀양에 거주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마지막 독일 망명가' 조영삼(58)씨가 분신을 시도한 서울 상암동 누리꿈스퀘어 비즈니스타워 18층의 야외 테라스 현장. [사진 서울마포경찰서]

'마지막 독일 망명가' 조영삼(58)씨가 분신을 시도한 서울 상암동 누리꿈스퀘어 비즈니스타워 18층의 야외 테라스 현장. [사진 서울마포경찰서]

마포경찰서에 따르면 조씨는 분신을 시도하기 전 ‘문재인 정부가 성공해야 우리나라의 미래가 있다’는 제목의 글을 남긴 것으로 조사됐다. 자필로 작성된 A5 크기 종이 4장 분량의 글에는 ‘사드 배치는 긴장을 초래하고 전쟁의 위협만 가중시킨다’, ‘촛불 혁명으로 탄생한 정부, 미국에게 당당히 말하고 성공 기원합니다’, ‘저는 오래전 독일에 있을 때부터 대통령님을 지지하고 존경해왔던 사람입니다’ 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에선 ‘제19대 대통령후보 문재인 남북협력 정책특보 조영삼’이라고 적힌 임명장도 발견됐다. 마포경찰서 관계자는 “2017년 4월 29일 자의 임명장으로 진위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와는 별도로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밀양시지회’라는 단체명이 적힌 종이도 발견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조씨가 분신을 시도한 장소인 누리꿈스퀘어 18층은 한 인터넷 매체가 입주해있는 곳으로, 조씨는 지난 2009년부터 5년간 이 매체의 시민기자 활동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포경찰서 관계자는 “현재 조씨가 어디에 소속돼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가족 등 주변 인물을 상대로 정확한 분신 동기 등을 파악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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