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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실화냐'...족집게 도사 롯데 이대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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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호 '동점 솔로포'  (부산=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16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두산과 롯데의 경기. 4회말 2사 주자 없는 상황 솔로 홈런을 치고 있다. 2017.8.16   handbrother@yna.co.kr(끝)<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src="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09/19/a6493d90-3780-4b16-90e1-215ce6fa56d1.jpg"/>

이대호 '동점 솔로포' (부산=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16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두산과 롯데의 경기. 4회말 2사 주자 없는 상황 솔로 홈런을 치고 있다. 2017.8.16 handbrother@yna.co.kr(끝)<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지난 1월 30일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입단식.

일본과 미국 프로야구를 거쳐 5년 만에 금의환향한 이대호(35)는 "올해 한국 나이로 36살이다. 롯데는 언젠가는 돌아올 팀이었다. 기다려준 팬들을 지치게 하고 싶지 않았다. 롯데 팬들 때문에 돌아왔다"고 복귀의 소회를 전했다.

빅보이 이대호가 친정팀 롯데로 돌아왔다. 이대호가 30일 서울 잠실 송파구 올림픽로 롯데호텔 사파이어볼에서 입단식을 마친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는 2001년 롯데 2차 1순위로 입단 이후 2011년까지 11시즌 동안 KBO 리그 통산 1,150경기에 나서 타율 3할9리, 225홈런, 809타점을 기록했다. 이대호는 4년 총액 150억 원의 조건으로 FA 계약을 체결했다. 양광삼 기자yang.gwangsam@joins.com/2017.01.30/

빅보이 이대호가 친정팀 롯데로 돌아왔다. 이대호가 30일 서울 잠실 송파구 올림픽로 롯데호텔 사파이어볼에서 입단식을 마친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는 2001년 롯데 2차 1순위로 입단 이후 2011년까지 11시즌 동안 KBO 리그 통산 1,150경기에 나서 타율 3할9리, 225홈런, 809타점을 기록했다. 이대호는 4년 총액 150억 원의 조건으로 FA 계약을 체결했다. 양광삼 기자yang.gwangsam@joins.com/2017.01.30/

두 달여 뒤인 4월 4일 롯데는 홈 개막전에서 넥센과 맞붙었다. 이대호는 첫 타석에 들어서면서 헬멧을 벗고 홈 팬들을 향해 인사를 했다. 그리고는 홈런을 쳤다. 그는 그라운드를 돌면서 야구장을 찾은 2만여 팬들에게 손을 흔들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

 정규 시즌이 얼마 남지 않은 가운데, 이대호가 시즌 전 입단식에서 했던 발언이 롯데 팬들 사이에 회자하고 있다. 그는 4년간 총액 150억원에 롯데로 돌아왔다. 그는 입단식에서 자신의 시즌 목표를 차근차근 공개했다. 한 마디 한 마디가 자신과 또 팬들과 하는 약속이었다. 8개월이 지난 현재, 그가 말했던 것들이 하나씩 이뤄지고 있다. 이대호가 당시 그런 말을 했던 게 '실화냐'며 놀랄 만큼 착착 들어맞고 있다.

4위 롯데가 간판타자 이대호의 활약을 앞세워 3위 NC를 맹추격하고 있다. 17일 부산 SK전에서 결승 3점 홈런을 때린 이대호(오른쪽). [사진 롯데 자이언츠]

4위 롯데가 간판타자 이대호의 활약을 앞세워 3위 NC를 맹추격하고 있다. 17일 부산 SK전에서 결승 3점 홈런을 때린 이대호(오른쪽). [사진 롯데 자이언츠]

 이대호는 입단식에서 "롯데가 지난해 NC에 약했던 것은 잘 안다"며 "(내가 돌아온 이상) 지난해 같은 결과는 없을 것이다. 마산·창원에도 롯데 팬이 많다. 그분들이 사직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다짐했다.

실제로 지난해 롯데는 NC를 맞아 1승 15패를 기록했다. 1패 뒤 1승을 챙겼고, 그 후 내리 14연패였다. 분노한 롯데 팬이 "느그가 프로가(너희가 프로냐)"라고 적은 플래카드를 경기장에 내걸었다. 지난해 롯데는 5위 SK에 3게임 차로 8위를 했다. 롯데가 NC와 5할 승부만 했어도 가을야구는 판도가 달라졌을 수 있다.

롯데는 공교롭게도 올해 개막 3연전에서 NC를 만났다. 이대호는 3월 31일 개막전에서 홈런 등 4타수 3안타를 쳤다. 이대호는 올해 NC전 16경기에 모두 나와 타율 0.382, 5홈런·14타점을 기록했다. 특히 창원에서 치른 8경기는 타율 0.407, 2홈런·4타점이다. 롯데는 올해 NC를 상대로 9승 7패로, 상대전적에서 우위에 섰다.

이대호가 일본으로 떠나기 전 사직구장은 '지구에서 가장 큰 노래방'이라 불렸다. 2008~2012년, 사직은 매년 100만 관중을 넘었다. 팬들은 롯데의 상징인 주황색 비닐봉지를 머리에 썼고, 신문지 찢어 흔들었다. 하지만 이대호와 함께 팬들도 사직을 떠났다. 성적은 떨어졌고 내분도 있었다.

이대호-강민호 '익살스러운 하이파이브'  (부산=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16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두산과 롯데의 경기. 롯데 이대호가 6회말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역전 솔로 홈런을 치고 강민호와 하이파이브 하고 있다. 2017.8.16   handbrother@yna.co.kr(끝)<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src="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09/19/a342f32b-f520-4a7c-95f4-449919462a17.jpg"/>

이대호-강민호 '익살스러운 하이파이브' (부산=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16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두산과 롯데의 경기. 롯데 이대호가 6회말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역전 솔로 홈런을 치고 강민호와 하이파이브 하고 있다. 2017.8.16 handbrother@yna.co.kr(끝)<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대호는 입단식에서 "롯데 팬들이 야구장에 많이 올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공언했다. 강민호에게는 "우리 둘이 힘을 합쳐 사직구장을 다시 (지구에서 가장 큰) 노래방으로 만들자"고 했다. 강민호도 "형, 꼭 그렇게 하자"고 약속했다. 올해 롯데는 2012년 이후 5년 만에 100만 관중 돌파가 유력하다. 100만까지 4만 명도 남지 않았다. 올 시즌 경기당 관중 수는 1만4091명. 사직에서 아직 4경기(18일 기준)가 남아 있다.

 이대호는 또 입단식 당시 "팀(롯데)이 5강에 들어야 한다. 포스트시즌을 수월하게 치르려면 더 위에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롯데는 18일 현재 3위 NC에 0.5경기 차 뒤진 4위다. 7경기를 남긴 NC의 경우 최근 마운드가 무너져 3위 수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분위기를 감안할 때 롯데의 추월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롯데의 상승세는 19승 7패를 기록한 8월의 질주가 있어 가능했다. 1승만 더하면 35년 만에 구단 역대 한 시즌 최다승(75승) 기록도 갈아치운다. 포스트 시즌 진출(5위 확보) 매직넘버 1이다. 남은 6경기에서 1승만 추가하면 2012년 이후 5년 만에 가을야구를 한다.

[롯데 자이언츠]

[롯데 자이언츠]

8월의 질주를 이끈 건 역시 이대호다. 8월 한달간 이대호는 10홈런(1위)·26타점(공동 2위)을 기록했다. 그는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내가 중심을 잡아야한다"며 롯데 키플레이어로 자신을 지목했다. 각오처럼 복귀 첫 해 '4번 타자'의 상징인 30홈런(33개)-100타점(107개)를 넘었다.

 이대호는 "지난해 군에서 전역한 전준우, 원래 자리를 지키던 손아섭이 내 앞에서 좋은 활약을 해줄 거다. 내 뒤는 강민호와 최준석이 지키고 있다. 다들 노력한다면 팀 성적도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지목한 선수들 모두 올해 최고 활약을 펼쳤다. 손아섭은 2009년 데뷔 후 처음 20홈런을 쳤다. 전준우도 개인 최고인 타율 0.320을 기록 중이다. 4번 타자 이대호 앞뒤에 배치된 최준석(81타점)과 강민호(67타점)도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했다. 동료들 활약까지 '족집게 도사'급으로 맞혔다.

 개막 직전 미디어데이에서 이대호는 "롯데에 돌아온 이유는 우승하기 위해서다. 선수단이 하나가 돼 분위기를 타면 우승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올 시즌 롯데는 지금까지 이대호가 얘기했던 대로 풀리고 있다. 그의 마지막 '예언'에 더욱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롯데가 한국시리즈에서 마지막으로 우승한 건 1992년, 25년 전이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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