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강릉 화재 순직 베테랑-새내기 두 소방관 '눈물의 영결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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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전 강원도 강릉시 홍제동 강릉시청에서 열린 순직소방공무원 영결식. 박진호 기자

19일 오전 강원도 강릉시 홍제동 강릉시청에서 열린 순직소방공무원 영결식. 박진호 기자

“영욱이 형님, 호현아 이제는 화마가 없는 곳에서 편히 잠드소서…. 지켜주지 못해서 정말 죄송합니다.”

영결식 19일 강릉시청 대강당서 강원도청장 엄수 #최문순 지사 1계급 특진 임용장과 공로장 봉정 #김부겸 행안부 장관 참석해 옥조근정훈장 전해 #국립대전현충원 소방공무원 묘역 안장돼 영면

지난 17일 새벽 강원 강릉시 경포 석란정에서 화재 진화 중 무너진 건물 잔해에 깔려 순직한 고(故) 이영욱(59) 소방경과 이호현(27) 소방교의 영결식이 19일 강릉시청 2층 대강당에서 강원도청 장(葬)으로 엄수됐다.

최문순 지사가 순직한 소방공무원에게 1계급 특진 추서 및 공로장을 전달하는 모습. 박진호 기자

최문순 지사가 순직한 소방공무원에게 1계급 특진 추서 및 공로장을 전달하는 모습. 박진호 기자

영결식에는 유가족과 소방관을 비롯해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최문순 강원도지사, 조종묵 소방청장 등 800여 명이 참석해 고인의 넋을 기렸다.

최문순 지사는 영결사를 통해 “이영욱, 이호현 소방관은 도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일이라면 어떤 재난 현장에서도 살신성인의 정신으로 인명 구조에 나서는 모범을 보인 진정한 영웅의 표상”이라며 “당신들과 함께했던 지난날을 우리는 절대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어 “생사의 갈림길에서 무겁고 아팠던 모든 것들을 훌훌 벗어 버리시고, 따뜻한 온기와 아름다운 마음만을 품고 새로운 세상에서 편히 영면하십시오”라고 애도했다.

19일 오전 강원도 강릉시 홍제동 강릉시청에서 열린 순직소방공무원 영결식. 박진호 기자

19일 오전 강원도 강릉시 홍제동 강릉시청에서 열린 순직소방공무원 영결식. 박진호 기자

조사는 경포 119안전센터에서 함께 근무해 온 허균 소방사가 읽었다. 허 소방사가 “영욱이 형님, 호현아. 이제는 화마가 없는 곳에서 편히 잠드소서”라고 안타까운 심정을 전하자 유가족들과 동료들은 오열했다.

허 소방사는 “비통한 심정으로 당신들을 떠나보낼 수밖에 없는 것이 너무 한스럽고 가슴이 메어 옵니다. 하늘이 무너졌습니다. 혼백이 다 흩어지듯 아련하기만 합니다”라며 “우리는 당신들의 몫까지 열심히 할 것입니다. 다시 한번 정말 미안합니다. 동료들은 평생 당신을 잊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말한 뒤 참았던 울음을 터트렸다.

순직한 소방관의 유족들이 헌화 및 분향을 하는 모습. 박진호 기자

순직한 소방관의 유족들이 헌화 및 분향을 하는 모습. 박진호 기자

순직한 소방관의 유족들이 헌화 및 분향을 하는 모습. 박진호 기자박진호 기자

순직한 소방관의 유족들이 헌화 및 분향을 하는 모습. 박진호 기자박진호 기자

헌시 낭독에서는 남진원 시인의 ‘임의 이름은 ‘아,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소방관!’을 이해숙 시인이 낭독했다.

이해숙 시인이 “잔불 진압 중 정자 붕괴로 산화한 임이시여. 숭고한 죽음 앞에 눈물이 시야를 가리는 걸 어찌할거나. 가슴이 미어집니다. 가슴이 찢어집니다”라고 낭독하자 참석자들은 고개를 떨궜다.

이날 영결식에서 최 지사는 화염에도 굴하지 않고 현장으로 뛰어들었던 소방영웅들에게 1계급 특진 임용장과 공로장을 봉정했다. 또 김부겸 행안부 장관은 옥조근정훈장을 전했다.

이어진 헌화와 분향 순서에서는 유가족들이 고인의 이름을 부르며 오열해 영결식에 참석한 이들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했다. 국화를 들고 헌화를 하던 일부 동료 소방관들 역시 울음을 터트리기도 했다.

19일 오전 강원도 강릉시 홍제동 강릉시청에서 열린 순직소방공무원 영결식. 박진호 기자

19일 오전 강원도 강릉시 홍제동 강릉시청에서 열린 순직소방공무원 영결식. 박진호 기자

19일 오전 강원도 강릉시 홍제동 강릉시청에서 열린 순직소방공무원 영결식. 박진호 기자

19일 오전 강원도 강릉시 홍제동 강릉시청에서 열린 순직소방공무원 영결식. 박진호 기자

순직한 소방관을 모신 운구차는 군 의장대의 조총 발사 이후 청사 앞에 나열한 동료 소방관들의 마지막 인사를 받으며 영결식장을 떠났다. 이들은 화장(火葬) 후 국립대전현충원 소방공무원 묘역에 안장돼 영면에 들어간다.

두 소방관이 순직한 석란정 화재는 지난 16일 오후 9시45분쯤 발생했다. 이 불은 출동한 소방대원에 의해 10여 분 만에 꺼졌다. 하지만 이튿날인 지난 17일 오전 3시51분쯤 또다시 화재 신고가 접수됐다.

2차 화재 신고를 받은 경포 119안전센터 소속 이 소방경과 이 소방교가 정자 건물 바닥에서 연기가 나자 안쪽으로 들어가 잔불 정리작업을 하던 중 사고를 당했다.

1988년 2월 임용된 이 소방경은 퇴직을 불과 1년여 앞두고 있었고, 이 소방교는 임용된 지 불과 8개월밖에 안된 소방관이다.

강릉=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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