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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스타일] 300도 모래 위 은빛 주전자 휘휘 … 손맛 담은 터키 커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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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인스타 거기 어디? │ 가로수길 ‘논탄토’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 안쪽 깊숙한 곳에 자리 잡은 논탄토. 심지어 간판도 없는데 사람들이 용케 알고 찾아간다.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 안쪽 깊숙한 곳에 자리 잡은 논탄토. 심지어 간판도 없는데 사람들이 용케 알고 찾아간다.

최근 인스타그램(이하 인스타)에 눈에 띄는 게시물이 하나 나타났다. 분명 커피인데 큰 철판에 담아 놓은 모래 위에 은색 주전자를 휘휘 돌려 끓여 만드는, 생소한 방식의 커피다. 신기한 모습에 인스타그래머들은 커피 만드는 모습을 사진과 영상으로 앞다퉈 찍어 올린다.

정체부터 밝히자면 이 신기한 커피는 최근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에 문을 연 카페 ‘논탄토’의 터키식 커피다. 본격적으로 장사를 시작한 지 한 달쯤 지났을 뿐인데도 벌써 인스타에는 모래 위에 주전자를 돌리는 사진이 1800개 넘게 올라와 있다. 위치는 가로수길 안쪽 깊숙한 곳에 있었다. 메인 도로에서 토마토출판사 쪽으로 5~7분 더 걸어 올라가야 한다. 요즘 잘나가는 카페에는 모두 간판이 없다더니 이곳 역시 간판이 없어 찾느라 애먹었다.

인스타로 이미 봤는데도 300도로 뜨겁게 달궈진 모래에서 커피 끓여 내는 모습은 신기했다. 스테인리스로 만든 터키식 커피 추출용 주전자 ‘체즈베’로 끓이는데, 이 기구에서 이름을 따 메뉴 이름도 ‘체즈베 블랙’(4500원)이다. 이름이 어려워 사람들은 모래로 끓인다는 의미로 그냥 ‘샌드커피’란 별명으로 더 많이 부른다.

300도로 달궈져 있는 모래 위에 터키식 커피 추출 도구인 체즈베로 커피를 끓여 낸다.

300도로 달궈져 있는 모래 위에 터키식 커피 추출 도구인 체즈베로 커피를 끓여 낸다.

일반 커피처럼 끓인 물을 부어 커피를 우려내는 게 아니라 체즈베 안에 커피가루와 물을 넣고 함께 끓인다. 체즈베 안에 물과 커피가루를 넣은 후 막대로 저어 모래 위에 올려두자 얼마 지나지 않아 커피가 보글보글 끓어 올라오는 게 보인다. 가끔씩 체즈베를 모래 위에서 휘휘 몇 번 돌려주는데 이는 체즈베 안에 열이 고르게 퍼지게 하기 위해서다.

일반 커피와 다른 점은 끓인 원두가루를 버리지 않고 함께 마신다는 것이다. 그래서 커피잔에 따라낸 커피는 에스프레소의 하얀 크레마 대신 초콜릿색 커피가루가 수면 위에 가득 떠 있다. 원두를 먹는 게 부담스러운 사람은 여과종이에 가루를 한번 거른 ‘체즈베 브루잉’을 시키면 된다.

이곳은 10년 경력의 바리스타 김광수 사장이 제대로 된 아날로그 커피를 만들고 싶어 만든 곳이다. 매일 기계로 커피를 추출하는 일을 하다 보니 손으로 일일이 정성 들여 만드는 커피를 만들고 싶어졌단다. 그러면서도 일반 핸드드립과는 다른 특색 있는 커피를 찾다 찾아낸 게 터키 커피였다.

커피 맛에 욕심을 내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프로반’의 로스팅 기계도 가게 한쪽에 들여놨다. 이 기계로 좋은 품질의 콜롬비아·케냐·에티오피아 원두를 직접 로스팅해 커피를 끓인다. 원두는 100g씩 따로 포장해 팔기도 한다. 터키식 블랙 커피 외에는 골든 크림 라테(6500원)가 인기다. 전날 미리 만들어 하루 동안 숙성시킨 라테 베이스 위에 그날 만든 비엔나크림을 올려낸다.

담백하면서도 진하고 풍부한, 그러면서도 어느 한쪽으로도 치우치지 않고 안정감 있게 균형 잡힌 맛. 논탄토의 커피 맛이 그랬다. 터키 커피 집이니 카페 이름도 터키 단어에서 따오지 않았을까 싶지만 이탈리아어다. 논탄토(non tanto)는 ‘너무 지나치지 않게’란 뜻의 음악 용어다.

글·사진=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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