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vil’s Advocate
지난 14일 카카오톡에 ‘2017년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 주요 증인요청 명단’이라는 제목의 A4용지 두 장 분량의 문건이 돌아다녔다. 명단에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등 총 47개 업체 기업인 58명이 포함됐다.
50명이 넘는 기업인을 상대로 하루이틀 만에 제대로 된 답변을 들을 수 있을까. 지난 19대 국회 4년간 국감 출석 요구를 받은 기업인(연 평균 124명) 가운데 5분 미만으로 답변한 경우가 76%다. 12%는 아예 발언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대기업만 아니라 스타트업을 상대로도 국회의 출석요구는 이어진다. 신현성 티켓몬스터 대표는 2년 전 국감에 출석했다가 2분30초 답변만 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국회가 경영자를 부르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가 아니다. 2010년 2월 미 의회는 ‘렉서스’ 결함 문제와 관련, 도요다 아키오 사장을 청문회에 불러 8시간 넘게 설전을 벌였다. 20세기 초엔 투자은행가 존 피어폰트 모건을 상대로 이틀 동안 청문했다. 불렀으면 제대로 묻고 충분히 말할 기회를 줘야 한다.
[Devil’s Advocate] 악마의 대변인. 가톨릭에서 성인으로 추대하려는 인물의 행적과 품성에 대해 회의적인 의견을 내는 역할을 맡은 사람을 말한다. 논리학이나 정치학에서는 논의의 활성화와 집단사고 문제의 해결을 위해 일부러 반대 입장을 취하는 것을 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