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기업들 '해외 IR' 재미 톡톡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4면

유제품.빙과 등을 생산하는 빙그레가 활짝 웃고 있다. 비가 많이 내린 탓에 7, 8월 빙과류 매출이 지난해보다 20억원 이상 줄었는데도 1만1천원 전후에서 맴돌던 주가가 최근 상승세를 지속하며 26일 1만4천원대로 올라섰기 때문이다.

빙그레 관계자는 "창사 이후 처음으로 지난 20일부터 사흘간 홍콩과 싱가포르에서 실시한 기업설명회(IR)가 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고 말했다. IR 기간에만 외국인들이 58만주(발행주식의 5.8%)를 사들이면서 19일 9.1%였던 외국인 지분율이 25일 현재 사상 최고치인 15.7%로 높아졌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면서 해외 IR를 실시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삼성전자.현대자동차.포스코 등 대기업들은 외환위기 이후 꾸준하게 해외 IR를 실시해오고 있지만 최근엔 거래소와 코스닥의 중견.중소기업들도 해외 IR에 적극 가세하고 있다.

우리증권 신성호 상무는 "외국의 대형 펀드들은 모건스탠리가 발표하는 MSCI지수 등에 포함돼 있지 않은 국내 기업에 대해선 거의 관심을 두지 않는다"며 "따라서 중견.중소 기업은 해외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기업의 실상과 가치를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코스닥의 네오위즈는 해외 IR로 재미를 톡톡히 본 대표적인 기업이다. 코스닥 등록 이후 1%를 넘지 못했던 외국인 지분율은 지난 2월 홍콩과 싱가포르에서 IR를 실시한 이후 꾸준히 높아져 4%대로 올라섰다. 외국인들의 '사자'가 이어지면서 주가도 4만원대에서 6만원대로 뛰었다.

네오위즈 관계자는 "국내 투자자로선 높은 수준의 주가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 해외 IR를 실시했는데 적중했다"며 "특히 아바타 판매 등 해외에선 없는 수익모델이 국내에 많기 때문에 인터넷 업체들은 적극적으로 해외 IR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코스닥 기업인 파라다이스도 3월 초 해외 IR를 실시한 뒤 외국인 지분율이 1.3%에서 2.4%로 높아지자 오는 10월 초 뉴욕과 런던에서 2차 IR를 실시하기로 했다. 웅진코웨이.유엔젤.한라공조.한국타이어.자화전자.풀무원.현대백화점 등은 공동으로 27, 28일 이틀간 홍콩과 싱가포르에서 IR를 한다. 이외에도 KTF가 9월 말부터 10월 초까지 3주간 뉴욕.런던 등지에서, 게임업체인 웹젠이 9월 중순 런던에서 IR를 실시할 예정이다.

해외에 많이 알려진 기업의 경우 해외 IR를 투자자들의 오해를 풀기 위한 방편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지난 18일부터 해외 IR를 진행 중인 현대차의 경우 최근 노조와 합의한 임단협이 기업경영 활동을 위축시키지 않을 것이란 점을 투자자들에게 알리고 있다. 또 현재 기아차와 현대모비스 등도 대규모 IR를 계획하고 있다.

김준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