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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만드는 세상] “태안 기름때 언제 다 닦나 했는데 … 기적 같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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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2007년 12월 충남 태안 해안에서 자원봉사자들이 기름 제거 작업을 하는 모습.[사진 태안군]

2007년 12월 충남 태안 해안에서 자원봉사자들이 기름 제거 작업을 하는 모습.[사진 태안군]

“이 검은 것들을 언제 다 닦나 했는데, 어느새 깨끗한 바다가 되었어요. 이건 정말 기적 아닌가요?”

내일 원유 유출 피해극복 10돌 행사 #10년간 다녀간 자원봉사자 123만 #‘서로 돕고 사는 세상’ 선포식 열려

음성꽃동네 사무국장 이영숙(59)씨에게 충남 태안에서의 봉사활동은 특별한 의미로 남아 있다. 노숙인들에게 무료 급식 봉사를 하는 그는 10년 전인 2007년 12월 태안에서의 원유 유출 사고 소식을 듣고 아들이 다니는 중학교의 학부모들과 봉사단을 꾸렸다.

그는 수원에서 태안에 도착하자마자 느꼈던 역한 기름 냄새를 기억하고 있다. 검은 기름을 눈으로 본 순간 “문자 그대로 눈앞이 캄캄했다”고 회고했다. 이씨는 정기적으로 태안을 찾았다. 바위에, 모래에 묻은 기름을 닦으면서 ‘검은 땀’을 뚝뚝 흘렸다고 한다. 검기만 했던 모래와 바다가 차츰 노랗고 파란 제 색깔을 찾아갔다. 그는 “자원봉사가 나에게 꼭 필요한 생활 그 자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2010년부터 꽃동네 사무국장을 맡아 봉사활동을 업으로 삼고 있다.

‘검은 재앙’이라 불렸던 태안 원유 유출 사고가 일어난 지 10년, 태안 앞바다엔 ‘파란 희망’이 새겨졌다. 2007년 12월 7일 아침 삼성중공업 해상 크레인과 홍콩 유조선 허베이 스피릿호가 해상에서 충돌하면서 유조선의 원유 1만2547(7만8918배럴)가 뒤덮었던 태안은 자원봉사자들의 힘으로 제 모습을 되찾았다. 10년간 다녀간 자원봉사자 수는 123만여 명이다. 당시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 등 임직원 350여 명이 태안을 찾아 방제 작업을 도왔다.

지난해 찍은 태안 만리포 해수욕장 전경. [사진 태안군]

지난해 찍은 태안 만리포 해수욕장 전경. [사진 태안군]

지난해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태안해안국립공원의 보호지역 등급을 ‘카테고리 2(국립공원)’로 기존보다 3단계 높였다. 국립공원관리공단 관계자는 “기름 유출 사고 이후 생태계 건강성 회복을 위해 지속된 보전·복원 관리 노력이 국제사회에서 인정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2008년 심각 상태가 70%에 달했던 잔존 유징은 2014년부터 사라졌다.

‘자원봉사의 기적’을 기념하기 위해 오는 15일 태안 만리포해수욕장에선 ‘서해안 유류피해 극복 10주년 기념행사’가 3일간 열린다. 유류피해극복기념관 개관식, 자원봉사자 희망성지 선포식 등이다. 이씨는 희망성지 선포식에서 선포문을 낭독할 자원봉사자 4인 중 한 명이다. 그는 “자원봉사자가 없었다면 깨끗한 바다를 되찾지 못했을 것”이라며 “모두가 서로 돕고 사는 것을 생활로 여기는 세상이 오면 너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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