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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 꿇은 엄마' "장애인들을 이렇게 싫어하는지 몰랐다"

중앙일보

입력

지난 5일 열린 강서지역 특수학교 설립을 위한 2차 토론회에서 특수학교 설립을 호소하며 무릎 꿇은 장애학생 부모들 모습(右). [연합뉴스TV 캡처]

지난 5일 열린 강서지역 특수학교 설립을 위한 2차 토론회에서 특수학교 설립을 호소하며 무릎 꿇은 장애학생 부모들 모습(右). [연합뉴스TV 캡처]

막말과 고성이 오가는 주민토론회에서 무릎을 꿇고 특수학교 설립을 위해 읍소했던 장민희 강서장애인부모회 사무국장이 '특수학교 논란' 이후 소회를 밝혔다. 13일 연합뉴는 장씨와의 인터뷰를 실었다.

무릎을 꿇을 정도로 투사를 자처했지만 장씨는 "나는 그렇게 고생한 편이 아니다"라며 "후배 엄마들은 꼭 아이들을 특수학교에 보낼 수 있게 되면 좋겠다"고 밝혔다.

장씨의 딸은 지적장애 1급으로, 이미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입시 위주로 짜여진 일반 학교를 다니면서 장씨의 딸은 멍한 표정으로 시간을 보내야 할 때가 많았다.

장씨는 "특별한 능력을 갖춘 아이에 대해서는 외국어고나 과학고처럼 수월성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다양한 학교가 존재한다"면서 "대다수 국민이 교육에 관해 지대한 관심을 가졌지만, 장애학생 교육시설은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적장애 학생들은 본인이 스스로 무언가를 찾아 배울 만한 능력이 부족하다 보니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더 배울 기회가 없어 이미 배운 것도 까먹는다"면서 "길어야 10여 년밖에 안 되는 정규교육과정에서 장애학생이 제대로 교육받을 수 있으려면 특수학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입시 위주로 교육이 이뤄지는 일반 학교에 장애학생이 다니면 맞춤형 교육을 받지 못해 상당 시간을 그저 넋 놓고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후배 엄마들은 (장애자녀를 일반 학교에 보내며) 후회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자신의 딸은 이미 고등학교까지 졸업했지만 강서구에 특수학교를 설립하기 위해 막말을 하는 주민들 앞에서 무릎까지 꿇은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5일 오후 서울 강서구 탑산초등학교에서 열린 강서지역 특수학교 설립 교육감-주민토론회에서 특수학교 설립에 찬성하는 참석자들이 손피켓을 들고 있자 특수학교 대신 국립한방의료원이 들어서길 바라는 참석자들이 이에 항의하며 말다툼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5일 오후 서울 강서구 탑산초등학교에서 열린 강서지역 특수학교 설립 교육감-주민토론회에서 특수학교 설립에 찬성하는 참석자들이 손피켓을 들고 있자 특수학교 대신 국립한방의료원이 들어서길 바라는 참석자들이 이에 항의하며 말다툼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장씨는 딸을 특수학교에 보내고 싶었지만 강서구 교남학교는 이미 학생들이 꽉 차 입학할 수 없었고 통학에만 1시간이 넘게 걸리는 구로구 정진학교나 베드로학교까지는 보낼 자신이 없어 힘들어 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장씨는 "딸이 스무 살이 되고 학교도 졸업했다 보니 초연해져서 그럴지도 모르지만, 장애가 있는 자녀를 키우며 저보다 고생하는 사람이 많다"며 장애학생이 교육받을 기회가 많지 않다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무릎을 꿇게 된 점을 상기했다.

하지만 장씨에게도 그날의 기억은 상처로 남았다. 장애인들이 '이렇게' 배척 당한다는 것을 몸소 실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장씨는 "평소 장애학생 부모들과 자주 다니다 보니 이렇게 장애인을 싫어하는지 미처 몰랐다"면서 "'장애인은 시설에나 데려다 놓으면 되지 학교가 왜 필요하냐'고 했을 때는 정말 속상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특수학교가 기피시설이나 혐오시설이 아니라고 말하면서도 '내 집 앞'은 안 된다고 하더라"면서 "대체부지를 마련해 지으라고 말하는 모습을 보면서 사회가 참 이율배반적이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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