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화 "생방송 중 남자들이 들어와 대본 검열…MB 고소 검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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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인 김미화가 지난 2010년 KBS블랙리스트에 관련해 기자회견을 갖고 경찰에 제출한 문서를 공개하고 있다. [중앙포토]

방송인 김미화가 지난 2010년 KBS블랙리스트에 관련해 기자회견을 갖고 경찰에 제출한 문서를 공개하고 있다. [중앙포토]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퇴출 압박을 가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이름이 거론된 방송인 김미화씨가 이명박 전 대통령을 상대로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김씨는 1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전화 연결에서 이명박 정권 당시 이상한 일에 대한 퍼즐이 맞춰지는 기분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김재철 MBC 사장 하에서 시사 프로그램을 진행하던 김씨는 당시 광고가 120% 팔리는 등 인기를 얻었음에도 MBC 직원들로부터 인격 모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또 우연히 만난 김 전 사장은 "라디오가 요즘 시끄럽더라. 그러니 MBC 다른 프로그램을 골라봐라. 다른 프로로 가도 되지 않냐"며 하차를 종용했다고 전했다.

김씨는 "라디오 생방송을 진행하는데 어떤 남자 두 명이 들어와 '대본을 보자'고 해서 깜짝 놀랐다"며 "지금 추정하기로는 국정원 직원인 것 같은데 경찰 혹은 검열하는 사람이라고 이야기해 PD가 소리 질러 쫓아낸 적 있다"고 회상했다.

그는 "국정원에서 이름까지 지목하고 대통령에게 일일 보고를 했다는 것은 제가 이 전 대통령을 상대로 고소할 수 있는 상황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대중예술을 하는 모든 분의 표현의 자유에 관한 문제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고민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정 싸움이 험난할 수 있다'는 진행자의 말에 "고소를 살펴보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역시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오른 조정래 작가는 "새로운 정부의 수사를 지켜보고 있겠다"며 소송 의사는 없다고 밝혔다.

조 작가는 이날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을 통해 "어떤 시대나 정치하는 자들의 이기심 앞에서 수많은 예술가들, 작가들은 당해왔다. 그것이 삶의 훈장이고 역사를 바로 세워가는 임무"라며 "상관없다"고 말했다.

다만 조 작가는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정부가 자신이 없어서 비판을 싫어하냐"며 "비판이 두려워서 블랙리스트 등의 방법으로 억압한다면 억압이 되겠나. 참 어리석은 사람들"이라며 비판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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