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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경제 전문가 해거드 교수 "김정은이 통제할 수 없는 시장에 어떤 영향 미칠지 봐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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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경제 전문가인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UCSD) 스테판 해거드 석좌교수(사진)는 12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많은 것을 통제할 수 있지만 시장을 장악할 수는 없다”며 “제재 효과는 시장을 통해 작용하고, 제재가 시장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11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통과한 새 대북 제재 결의 2375호의 효과와 관련해서다.

미 캘리포니아대 스테판 해거드 석좌교수 인터뷰 #새 대북 제재 결의 2375호 효과 관련 '시장'에 미치는 영향 강조 #"협상 테이블로 돌아오고 핵무기 개발에 더 비싼 비용 들게" #"시장이 공황 상태 빠지면 군대나 체제, 비지니스, 고용에 영향" #"아무도 6개월 전에 중국이 석유 공급 제한 찬성할거라 생각 못해" #"김정은, 김여정 포함했다면 협상 테이블 돌아오기 어려웠을 것"

스테판 해거드 교수. [박유미 기자]

스테판 해거드 교수. [박유미 기자]

연세대학교 복지국가연구센터 초청으로 방한한 해거드 교수는 이날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진행한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북한 문제를 해결할 마법의 탄환이 있는 것이 아니라 다소 성공 가능성이 있는 전략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며 “제재 목적은 북한을 다시 협상 테이블로 돌아오게 하는 것뿐 아니라 핵무기 프로그램을 개발을 계속하기 위해선 더 비싼 비용이 들게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북한에 대한 석유제품 수출을 200만 배럴로 제한하고, 원유 수출을 동결한 것이 한계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더 많이 제한하면 고통을 느낄 확률이 증가하긴 하지만 북한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는 숫자나 양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며 “북한은 전시 경제이기 때문에 석유와 가스를 보유하고 있는데 제재가 시장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가 중요한 포인트”라고 했다. 그는 이어 “시장이 공황 상태에 빠지면 원화를 내다팔고, 상품·식량 가격이 오르면서 암거래 시장에서 돈을 더 내야하는데 그 효과는 군대나 체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며 “또 비즈니스, 고용 등에는 더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 이 모든 것들은 김정은이 통제할 수 없고, 그것이 국제사회의 제재가 작동하는 방식”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 다음 수순으로 김정은의 입장에서는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는 의미였다.

그는 중국의 입장이 진전된 점도 지적했다. 해거드 교수는 “아무도 6개월 전에는 중국이 북한에 가스와 석유 공급을 제한하는 것에 찬성할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지만 이번에 꽤 극적인 결과를 냈다”며 “7억5000만 달러에 달하는 북한의 섬유 수출 중단도 꽤 많은 돈인데 이 부분도 중국이 받아들였다. 중국은 앞선 두 번의 유엔 결의에서 국제사회에 (북핵 중단을 위한) 신용을 얻지 못하고 있고, 이것 역시 꽤 극적인 결과를 가져오게 했다”고 말했다.

해거드 교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북한과의 정상적 거래에 대해서도 제재할 수 있다는 이른바 ‘세컨더리 보이콧’ 가능성을 내비친데 대해서는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과 모든 무역을 중단한다는 것은 작은 국가에서도 가능하지도 않고 솔직히 말하면 말도 안 되는 얘기”라면서도 “북한, 러시아, 이란에 대한 제재법안(대북 차단 및 제재 현대화법)에는 대통령이 취해야할 매우 중요한 강제 조치들이 포함돼 있고, 행정부가 어느 정도 재량권을 행사할 수 있다”며 “중국도 이러한 세컨더리 제재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북핵 문제 해결에 협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스테판 해거드 교수 [박유미 기자]

스테판 해거드 교수 [박유미 기자]

최종 결의에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과 김여정 선전선동부 부부장 등에 북한 당국에 대한 제재가 빠진 것에 대해선 “김정은이 홍콩에 ‘김정은’이라는 이름으로 계좌를 갖고 있지는 않을 것”이라며 “그들과의 거래를 통제하는 것이 상징적인 가치를 가지고 있지만 아마도 김정은을 협상 테이블로 다시 돌아오게 하는데는 부정적일 수도 있다. 그것을 빼는 편이 현명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해거드 교수는 “이미 이란을 협상 테이블에 앉게 하는데 제재가 효과적이었다는 경험을 했다”며 “북한은 중국과의 관계에서 대규모 경상수지 적자를 겪고 있고, 적자는 더 커지고 있으며, 어떤 방식으로 적자는 조달되어야 한다. 결의가 통과됐다고 해서 바로 다음날 북한 경제가 무너지는 것은 아니지만 침착하게 기다리며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사진=박유미 기자 yumi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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