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내집마련…살까, 분양받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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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올 가을 아파트 분양이 넘쳐난다. 주택업체들은 내달부터 11월까지 전국에서 아파트·주상복합·오피스텔을 18만여가구나 쏟아낸다. 지난해 같은 기간(9만여가구)보다 두 배 정도 늘어난 것이다.

올 가을 분양시장은 규제강화로 공급이 줄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분양 풍년’이 예상된다. 청약을 준비하고 있는 수요자들에겐 내 집 마련의 기회가 더 넓어지는 셈이다.

# 올 가을 분양물량 지난해 2배

중앙일보조인스랜드와 부동산플러스 조사에 따르면 가을 분양 예정 물량 18만9백3가구 중 절반 가량이 인천과 경기도 등 수도권(9만5백97가구)에 몰려 있다. 수도권은 하반기 파주 교하.고양 풍동 등 유망 택지지구 물량이 많아 주택 소비자들의 관심을 모은다.

서울은 2만3천8백86가구이고, 부산.대구 등 지방은 6만6천4백20가구다. 부동산플러스 권순원 부장은 "하반기 분양시장의 바로미터이었던 용인 동백지구가 비싼 분양가에도 불구하고 성공리에 끝나자 업체들이 하반기 분양시장에 대해 비교적 낙관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분양권 전매금지 조치에도 불구하고 시중의 부동자금이 부동산시장을 계속 기웃거리고 있어 입지좋은 곳은 여전히 각광받을 것으로 업체들은 내다본다.

업체들은 가을 아파트 공급을 대폭 늘려잡고 있다. 내년 이후 분양시장이 불투명하자 장이 그나마 버티고 있을 때 밀어내기 분양을 하겠다는 전략도 있다.

LG건설.대우건설.현대산업개발 등은 올 가을에는 지난해보다 두 세배 많은 아파트를 선보인다.

대우건설 남기혁 상무는 "올 가을 분양시장은 분양권 전매제한이 없는 부산과 대구등 지방 대도시의 약진이 예상된다"며 "수도권도 실수요자 중심으로 청약이 꾸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주택협회 관계자는 "9~11월 대형업체 분양물량만 14만8천여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2%정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며 "다만 인허가가 늦어져 내년으로 미뤄질 수 있다"고 전했다.

# 물량 많아 선별 청약해야

공급 물량이 풍부한 만큼 입지와 분양가를 따진 뒤 청약하는 게 요구된다. 수도권 외곽이나 지방 소규모 단지의 청약은 신중해야 한다. 특히 만 35세 이상,5년 이상 무주택자인 무주택 우선공급 대상자는 당첨 가능성이 커졌으므로 알짜 지역만 골라 청약하는 게 좋다.

내집마련정보사 함영진 팀장은 "기존 아파트값 상승에 불안을 느낀 수요자들 가운데 묻지마 청약자들이 있다"며 "기회가 많으므로 통장을 아껴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입지가 뛰어난 곳이라도 주변 시세보다 지나치게 높게 분양가를 책정하는 아파트는 피해야 한다. 새 아파트는 낡은 아파트에 비해 마감재나 평면이 좋아져 값이 더 나갈 수 있지만 주변 시세보다 10% 이상 높을 땐 거품을 경계해야 한다. 오히려 기존 아파트를 매입하는 게 유리할 수 있다.

한미은행 장승진 주택금융부문장은 "분양권 전매금지로 가수요가 많이 사라져 동백지구처럼 2~3순위로 넘어가는 단지가 많을 것"이라며 "2순위자들은 적극 청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투기과열지구에서 2순위자들은 ▶최근 5년이내 당첨됐거나 ▶1가구 2주택자 ▶지난해 9월 5일 이후 청약통장에 가입한 비 세대주 등이 대상이다.

투기과열지구에선 입주후에야 팔 수 있으므로 사전에 자금계획을 마련한 뒤 청약해야 한다. 지방과 수도권 아파트에선 입주 때 중도금과 이자를 한꺼번에 내는 중도금 이자후불제(연 5.2~5.6%)를 많이 도입하고 있지만 서울 강남권에선 드물다.

중도금 무이자 대출제는 오피스텔을 중심으로 적용한다. 메리츠증권 부동산금융팀 안홍빈 차장은 "중도금 납입조건을 알아본 뒤 청약해야 낭패보지 않는다"고 조언했다.

박원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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