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이후 국가 소유가 돼야 했었던 일제강점기 일본인 땅에 대한 환수 작업에 나선 검찰이 성과를 올리고 있다. 최근 관련 민사 소송에서 잇따라 승소, 해당 토지를 국가 소유로 귀속하면서다. <중앙일보 6월 21일자 2면 참조>
광복후 72년 만에 국가로 귀속 # 법원 잇따라 검찰 측 손 들어줘 # 다음주 4만6000여㎡ 땅 선고도
12일 서울고검 특별송무팀에 따르면 지난달 대구지법 안동지원은 검찰이 대한민국 이름으로 제기한 일본인 땅 환수 소송에 대해 ”피고 이모씨는 원고 대한민국에게 땅 5250㎡에 관해 소유권이전 등기 절차를 이행하라”고 판결했다.
판결 이후 양측 모두 항소하지 않아 지난 5일 판결이 확정되면서, 해당 토지는 국유지로 이전 등기됐다.
이 토지는 왜 해방 후 72년이 지나서야 대한민국 소유로 돌아온 것일까.
검찰에 따르면 일제강점기에 일본인이 가졌던 모든 땅은 1945년 8월 미군정에 귀속됐고, 1949년 귀속재산처리법을 근거로 대한민국의 재산이 됐다.
하지만 광복 후 미군정 체제와 한국전쟁 등 혼란기를 거치면서 관련 토지대장들이 누락ㆍ소실돼 아직까지 환수가 안 된 일본인 명의 땅이 있었다는 게 검찰 측 설명이다.
이번 사건에 등장하는 땅도 오랜 사연이 숨어 있었다.
이씨는 지난 1983년 해당 임야에 대한 소유권이전 등기를 하면서 “목승차랑(牧勝次郞)이라는 사람으로부터 1946년 매수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은 ①이름으로 볼 때 창씨 개명한 조선인이 아니고 ②일제강점기 재조선 일본인 인명 자료집에 이름이 등장하는 점을 들어 해당 인물을 일본인으로 봤다.
이에 검찰은 지난 6월 진정명의 회복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 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승소 판결을 받아냈다.
다른 법원에서도 비슷한 판결이 나왔다. 창원지법 밀양지원은 지난달 피고 정모씨에게 사건 토지(252㎡)에 대한 소유권을 국가로 이전하라는 화해권고 결정을 내렸다. 검찰은 지난 7일 해당 토지를 인계받았다.
검찰은 일본인 명의 토지 5만8000㎡가 해방 후 불법 등기된 사실을 확인하고, 지난 6월부터 이를 되찾기 위한 소송 10건(최근 승소한 2건 포함)을 진행하고 있다.
그 가운데 대지 규모가 가장 큰 소송은 다음 주 그 결과가 나온다. 검찰에 따르면 강릉지원은 오는 19일 검찰이 피고 정모씨를 상대로 낸 강릉시 완산면 소재 임야 4만6612㎡에 대한 소유권이전 등기 사건을 선고한다.
검찰 관계자는 ”이 사건 임야는 1944년 ‘신도진웅’이 소유권을 이전받은 후 1984년 피고 정씨 명의로 경료된 후 변동이 없다“며 ”신도진웅이라는 사람이 일본인으로 보이기 때문에 이 사건 토지는 해방 후 국가로 귀속됐어야 했다“고 말했다. 피고 정씨 측이 적극적으로 변론에 임하고 있지 않아 해당 토지 역시 국가로 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검찰 측 설명이다.
더불어 검찰은 조선식산은행 명의의 토지도 발견해 소송을 진행 중이다. 검찰 관계자는 “조선식산은행은 일제가 우리나라에 대한 경제적 식민통치를 목적으로 설립한 기관”이라며 “이 기관과의 거래를 통해 어마어마한 크기의 땅을 가지게 됐다는 피고 측 주장은 말이 안 된다”고 설명했다.
70년 넘게 환수하지 못했던 일본인 땅 되찾기 작업은 오랜 준비의 결과물이다.
조달청은 일제강점기 일본인 토지대장을 정리ㆍ추적해 왔고, 올해 초 조달청으로부터 ‘국유화 조사대상 토지’ 자료를 검찰에 넘겨 도움을 요청했다.
이후 검찰은 등기부등본 등을 조사해 최초 소유자와 이후 소유자의 취득 과정을 확인해 나갔다. 검찰 관계자는 “일제 때 소유자 이름을 ‘일제강점기 거주 일본인 명단’ 등과 대조해 일치할 경우 환수 대상에 포함시켰다”고 말했다. 현 소유자(한국인)의 취득 근거가 명확치 않을 경우 환수 소송을 진행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