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흑인들, 한인 주류점서 "블랙파워" 외치며 소동

중앙일보

입력

미국 캘리포이나주 로스앤젤레스(LA) 의 한인 주류점 앞에서 흑인 20~30명이 "블랙파워(흑인의 힘)" 구호를 외치며 소동을 벌여 LA 한인회와 현지 경찰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25년 전인 1992년, LA 흑인 폭동 사건으로 재미 한인사회는 큰 피해를 입었던 만큼, 사태의 추이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LA 한인회가 최근 한인 주류점과 흑인 간 갈등의 중재에 나섰다. [사진 LA 한인회 제공]

LA 한인회가 최근 한인 주류점과 흑인 간 갈등의 중재에 나섰다. [사진 LA 한인회 제공]

LA 한인회에 따르면, 7일(현지시간) 오전 LA에서 주류점(리커스토어)을 운영중인 한인 A씨는 한인회에 긴급하게 도움을 요청하는 전화를 걸었다. 지난 3일, 만취한 흑인 고객이 술을 사러와 법에 따라 판매를 거부했더니 주변을 배회하던 흑인 3~4명이 합세헤 위협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어 다음날인 4일엔 20~30명의 흑인이 몰려와 "블랙파워" 구호를 외치며 가게 문을 닫으라고 소리쳤다고 A씨는 한인회에 설명했다. 이들은 주류점에 들어오려는 다른 고객의 출입을 막는 등 소동을 피웠다. A씨의 신고로 현지 경찰은 인력과 헬기 등을 투입시켰고, 흑인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동안 소동을 계속 벌이다 해산했다.

경찰의 헬기 출동 등 대응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시위는 멈추지 않았다. 이후에도 빨강·검정·녹색의 흑인 해방 깃발을 들고 주류점 인근에서 시위를 지속했다. 이에 LA 한인회는 타인종과 많은 거래가 있는 사우스 LA 지역 한인 업주들에게 비슷한 사건에 휘말리지 않도록 주의해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LA 한인회는 이번 사건이 인종 문제로 비화하기 보다는 지역 주민과 한인 상점 간 갈등으로, 중재를 통해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한인회는 이 지역 흑인 커뮤니티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퍼스트AME 교회와 51지구 주하원, LA 시장실 등에 협력 요청을 하고, 시위대와의 대화 창구 마련에 나섰다.

박상욱 기자 park.lepremier@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