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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대맛 다시보기] LG회장이 게장집 에어컨 달아준 이유

중앙일보

입력

맛대맛 다시보기 ⑳진미식당
매주 전문가 추천으로 식당을 추리고 독자 투표를 거쳐 1·2위 집을 소개했던 '맛대맛 라이벌'. 2014년 2월 5일 시작해 1년 동안 77곳의 식당을 소개했다. 1위집은 ‘오랜 역사’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그집이 지금도 여전할까, 값은 그대로일까. 맛대맛 라이벌에 소개했던 맛집을 돌아보는 ‘맛대맛다시보기’ 20회는 간장게장(2014년 12월 3일 게재)이다.

진미식당은 게에 살이 가장 많이 오르고 알이 꽉 차는 4월에 1년치를 한꺼번에 사서 충남 서산의 전용 냉동고에 보관한다. 김경록 기자

진미식당은 게에 살이 가장 많이 오르고 알이 꽉 차는 4월에 1년치를 한꺼번에 사서 충남 서산의 전용 냉동고에 보관한다. 김경록 기자

이웃 할아버지가 지어준 이름으로 대박 

진미라는 이름은 가게를 열기 위해 공사할 때 이웃집 할아버지가 지어줬다.김경록 기자

진미라는 이름은 가게를 열기 위해 공사할 때 이웃집 할아버지가 지어줬다.김경록 기자

"공덕동 마포경찰서 뒷골목에 가게 자리가 났어요. 식당을 열려고 공사를 하는데 동네 이웃인 여든 넘은 할아버지가 구경을 왔어요. 점을 볼 줄 아니 그냥 봐주겠다는 거예요. 그러더니 식당 자리가 '우렁자리', 그러니까 돈줄이 모이는 장소라는 거죠. 식당 이름을 참된 맛, 그러니까 진미로 지으면 번창할 거라데요. "
진미식당 정복순(65) 사장이 식당 이름을 '진미'로 지은 이유다. 논산에 살던 정 사장은 2000년대 초 서울에 취직한 딸의 반찬을 챙겨주느라 자주 서울에 왔다. 그러다 아는 사람 소개로 서울역 근처 한 호프집에서 1년간 일했다. 막상 해보니 차라리 내 장사하는 게 낫다는 생각에 가게 자리를 발견했다. 테이블 5개밖에 없는 작은 식당에서 간장게장·칼국수·비빔밥 3개 메뉴로 장사를 시작했다. 할아버지의 말이 맞았는지 8월 한창 더울 때 식당을 열었는데도 하루가 다르게 손님이 늘었다. 테이블이 턱없이 모자라서 가게 밖 땅바닥에 신문지를 깔고 팔기도 했다.

4월에 1년치 꽃게 구입해 보관 

가게는 입소문을 타고 인기를 끌었다. 1명이 와선 3명을, 3명은 다시 9명을 데리고 왔단다. 그런데 가게를 연 지 5년쯤 지났을 때 주변이 재개발돼서 마포경찰서 길 건너 지금 자리로 옮겨왔다.
가게를 옮긴 후엔 간장게장 하나만 팔았다. 꽃게 산지로 유명한 충남 서산이 고향인 정 사장에게 게는 어릴 때부터 먹던 음식이라 다른 음식보다 자신이 있었다. 약방을 하던 아버지가 게를 좋아하셔서 어머니가 늘 간장게장을 했기 때문이다.

진미식당은 한 달에 두 번 서산창고에서 조금씩 게를 꺼내 가게로 가져온다. 김경록 기자

진미식당은 한 달에 두 번 서산창고에서 조금씩 게를 꺼내 가게로 가져온다. 김경록 기자

입소문의 비결은 뭘까. 당연히 맛이다. 정 사장은 "신선한 게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사장은 수협에 근무했던 오빠 덕분에 50여 년 경력의 해산물 취급자를 소개받았고 그 사람이 알려준 경매상을 통해 늘 안정적으로 싱싱한 꽃게를 살 수 있었다. 꽃게에 알이 꽉 차고 살이 통통하게 오르는 4월에 1년치 꽃게를 한꺼번에 구매한다. 그 양이 무려 10kg짜리 박스 2500개다. 이를 급냉한 뒤 서산에 이는 전용 냉동창고에서 보관하며 한 달에 두 번 서울로 실어 나른다.

미리 알이 꽉 찬 게를 사두기 때문에1년 내내 살이 꽉 찬 게를 맛볼 수 있다. 김경록 기자

미리 알이 꽉 찬 게를 사두기 때문에1년 내내 살이 꽉 찬 게를 맛볼 수 있다. 김경록 기자

배추와 무 농사도 짓기 때문에 가끔씩 서산에 내려가 식당에서 내놓을 김치와 총각김치를 직접 담근다. 고춧가루는 안면도에서 주문받아 쓰는데 잘 마르고 잘 빻았는지 수시로 가서 확인한다. 그리고 새로 개업하거나 유명하다는 고급 한정식집은 다 찾아 다닌다.
"유명하다고 해서 가보면 정작 만족할 만한 곳이 한 곳도 없더라고요. 전엔 서울에서 유명한 한정식집에 갔는데 게에 살이 하나도 없고 물만 줄줄 흐르는 거예요. 못먹겠더라고요. 값을 그렇게 비싸게 받는데 말이죠. "

감태 등 10여 가지 반찬…배추·무 농사도

서울에서 흔히 볼 수 없는 감태. 돈 안 받는 밑반찬이지만 한달에 500만원 넘는 돈이 든다. 김경록 기자

서울에서 흔히 볼 수 없는 감태. 돈 안 받는 밑반찬이지만 한달에 500만원 넘는 돈이 든다. 김경록 기자

진미식당에서 게만큼 인기인 게 바로 반찬이다. 10여 가지 반찬을 내는데 게국지찌개·달걀찜·김·감태(미역과의 해조류)·어리굴젓·나물 등이다. 특히 서울에서 보기 힘든 감태는 몰래 싸가는 사람이 있을만큼 인기다. 한 달에 감태 사는 데만 500만~600만원을 쓴다. 그는 "감태를 안주면 그 재료비만큼 돈을 더 버는 거겠지만 그래도 손님들이 좋아하는데 어떻게 안주냐"며 웃었다.속이 편하도록 누룽지도 준다.
정 사장의 이런 정에 끌려 한번 온 사람은 단골이 된다. 단골들의 사연만 들어도 이 집이 얼마나 특별한 지 짐작할 수 있다.
"40대 중반 검사 양반은 45년 일평생 멸치도 안 먹을 정도로 생선을 싫어했는데 우리집서 먹어보곤 부모님까지 모시고 왔어요. 다섯 번이나 왔는데 그때마다 자리가 없거나 게가 떨어져 못먹고 돌아간 한 손님은 나갈 때 '맛있게 잘 먹었다'며 내 손을 잡아주더라고요. "

식객 허영만 등 유명인 단골 많아

유명인들도 자주 온다. 실제 벽엔 만화가 허영만씨의 그림을 비롯해 연예인과 정치인들의 사인이 걸려있다. 특히 허 화백은 정 사장이 오라버니라고 부르며 문자까지 주고 받는 친한 사이다. 가게에 다녀간 날은 '아우님 잘 먹고 가네'라고 문자를 보낸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가게에 에어컨을 달아줬단다. 지금 자리로 가게를 이전했는데 구 회장이 온다고 연락해왔고 에어컨이 없고 더워서 못받겠다고 했더니 에어컨을 두 대 달아줬다.

벽에는 식당에 다녀간 유명인들의 사진과 사인이 걸려있다. 만화가 허영만 화백도 단골이다. 김경록 기자

벽에는 식당에 다녀간 유명인들의 사진과 사인이 걸려있다. 만화가 허영만 화백도 단골이다. 김경록 기자

간장게장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 정 사장은 자신의 팁을 공개했다. 그는 "게장 담글 때 살아있는 걸 바로 담그면 살이 질기다"며 "한 번 냉동을 시켜서 먹어야 아삭거리고 맛있다"고 했다.
맛대맛에 소개된 후 3년이 지났다. 그동안 일본·홍콩·말레이시아 등 외국인 손님이 늘었다. 또한 '2017 미쉐린(미슐랭)가이드 서울편'에도 이름을 올렸다.
아쉬운 소식도 있다. 바로 가격이다. 3년 전 3만1000원에서 7000원이 올라 3만8000원에 판매중이다. 지난해(2016년) 꽃게 수확량이 크게 줄어 부득이하게 가격을 올릴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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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메뉴: 간장게장 3만8000원(1인분) ·개점:2002년 ·주소: 서울시 마포구 마포대로 186-6(공덕동 105-127) ·전화번호: 02-3211-4468 ·영업시간: 오전 11시30분~오후 3시30분, 오후 5시~오후 9시(매주 일요일, 공휴일 휴무) ·주차: 인근 공영주차장(1시간 무료 쿠폰 제공)

4월에 잡은 서산꽃게로만 담근 간장게장 #허영만은 '잘 먹고 가네' 문자 보내기도 #'미쉐린가이드 서울' 편에 이름 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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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정 기자 song.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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