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지도자 좌산 이광정 종법사 기자간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4면

"28일은 원불교가 열린 90주년을 기념하는 교단의 가장 큰 명절, 대각개교절입니다. 일제 하인 1916년 그 날 소태산(少太山) 박중빈(1891~1943) 대종사께서 깨달음을 얻은 것을 함께 기뻐하는 날이지요. 그래서 '함께 하면 행복해요'라는 주제를 내걸고 다양한 봉축행사를 전국에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원불교의 최고 지도자인 좌산(左山) 이광정(69.사진) 종법사가 18일 충남 논산시 삼동원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삼동원은 계룡산 자락에 안겨있는 중부지방 포교 센터. 좌산 종법사는 "어려운 경제 등으로 당장 사람들은 힘이 들겠지만, 세상은 분명 긍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위로의 말을 던졌다. 그는 미국 포교를 총괄하는 미주총부를 곧 마련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좌산 종법사는 대종사 이후 정산(鼎山) 송규, 대산(大山) 김대거 종법사에 이어 법통을 이어받은 네 번째 지도자. 정산 종법사가 원불교라는 명칭을 확정하는 등 이론적 토대를 다졌고 대산 종법사가 많은 사업을 일으켰다면, 좌산 종법사는 취임 뒤 11년 동안 원불교가 우리 사회에 깊이 뿌리내리는데 크게 기여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맑고, 밝고, 훈훈하게'라는 모토를 강조했다. 94년 9월 취임식에서도 강조한 이 말은 사람됨과 사회.자연환경을 함께 바꾸자는 뜻이다.

"그동안 이 모토가 전부 실현됐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어려운 이웃을 도우려는 자비의 정신, 즉 훈훈한 사회가 돼가고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본래 생활불교의 기치를 내건 원불교는 교화(포교)와 교육.자선을 교단을 이끄는 3박자로 생각하고 있는데, 앞으로 좀더 많이 노력하겠습니다."

한편 대각개교절을 맞아 좌산 종법사는 '자력(自力)과 타력(他力)의 도(道)'라는 법문을 발표했다. 개인이 뜻을 이루기 위해서는 자력(노력.수행)과 타력(외부의 도움, 신앙)이 모두 필요하듯 사회와 나라 역시 자력을 양성하면서 동시에 타력을 슬기롭게 활용해나가야 한다는 제안이다. 원불교는 현재 전국 15개 교구에 550개 교당과 140만 신자(자체 통계)를 갖고 있다.

*** 원불교 핵심 교리는 "4가지 큰 은혜 갚아라"

원불교(Won Buddhism)의 상징은 둥근 원(圓). 불생불멸과 인과응보의 영원한 진리를 형상화한다. 핵심교리는 천지·부모·동포·법률을 사람으로 태어나 받은 네 가지 큰 은혜로 삼고, 이를 세상 사는 동안에 되갚을 것을 가르치고 있다. 실제로 전북 익산의 총부(센터) 앞에는 천지·부모·동포·법률을 각각 매단 연등을 내걸고 28일 ‘원불교 열린 날’을 기념하고 있다.

개교절 경축기념식은 28일 전국교당에서 일제히 거행하며, 22∼28일엔 소태산 대종사의 구세경륜을 되새기는 특별기도가 진행된다. 90주년 개교절의 특징은 은혜잔치. 난치병 어린이돕기, 생명나눔 헌혈, 외국인 노동자 지원행사 등 다양한 자선행사가 벌어진다. ‘아하! 데이축제’에서는 종교의 구별없이 지역 주민들이 함께 명절 분위기를 즐기게 된다.

삼동원(논산)=조우석 문화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