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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발달장애 청년들, 오케스트라 정식 단원 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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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발달장애 청년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한우리윈드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악기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서초구립문화센터 직원으로 전문 음악인의 길을 걷게 되는 이들은 7일 창단 음악회를 연다. [장진영 기자]

발달장애 청년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한우리윈드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악기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서초구립문화센터 직원으로 전문 음악인의 길을 걷게 되는 이들은 7일 창단 음악회를 연다. [장진영 기자]

발달장애를 갖고 있는 정지숙(22)씨는 선천적으로 면역력이 떨어지고 폐활량이 적었다. 학습 능력이 정상인에 미치지 못하고 몸이 약하다 보니 집 밖으로 나가는 일을 꺼렸다. 그랬던 그가 달라졌다. 주 2~3회 있는 오케스트라 연습일은 그가 가장 기다리는 날이다. 올해 초 서초구가 만든 한우리정보문화센터에서 오케스트라 활동을 하면서부터다. 폐활량을 키우기 위해 11세 무렵 시작했던 플루트가 그의 취미이자 살아가는 즐거움이 됐다.

서초구 한우리오케스트라 12명 #연내 구립문화센터 소속 고용 #꿈꾸던 전문 음악인의 길 열려

고교생인 이승언(20)씨는 자폐성 장애 2급 청년이다. 또래 친구들보다 진학도 늦었지만 클라리넷만큼은 세상에서 가장 잘 연주한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다.

정씨나 이씨처럼 발달장애를 가진 청년들이 전문 음악인의 삶을 살게 됐다. 서울 서초구는 6일 두 사람이 속해 있는 서초구립 한우리윈드오케스트라(이하 한우리오케스트라) 단원들을 이르면 올해 안으로 구립 문화센터 소속으로 고용하기로 결정했다. 발달장애가 있는 이들을 음악인으로 고용하는 지방자치단체는 서초구가 처음이다.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꿈꿔 왔던 일을 하며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구립 문화센터 소속 직원으로 고용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서초구는 지난 3월부터 단원 17명(발달장애우 12명)으로 구성된 한우리오케스트라를 운영해 왔다.

급여는 최저임금 수준이며 예산의 일부는 관내 기업들의 후원을 받는다. 정양의 어머니 최은혜(50)씨는 “장애를 가진 딸이 한 사람의 생활인으로 일어설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니 떨리기도 하고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한우리오케스트라는 지난 7월 ‘제10회 전국장애청소년예술제’에서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장세용 사회복지사는 “직업을 갖게 된다는 기대감 덕분인지 최근 연습 분위기가 한층 더 밝아졌다”고 말했다. 이들은 사회복지의 날인 7일 창단 음악회를 열고 정식으로 데뷔한다. 정지숙씨는 “창단 연주회 포스터를 보면 가슴이 두근거린다. 언니·오빠·동생들과 열심히 연습해 관객들에게 감동과 희망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수기·홍지유 기자 retal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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