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히 읽고 싶었다…" 국내 한권 뿐 희귀책 훔친 50대 남성

중앙일보

입력

님 웨일스가 조선 혁명가 김산의 일대기를 기록한 'SONG OF ARIRANG'(아리랑) 1941년 초판 발행본. [사진 정선아리랑센터]

님 웨일스가 조선 혁명가 김산의 일대기를 기록한 'SONG OF ARIRANG'(아리랑) 1941년 초판 발행본. [사진 정선아리랑센터]

국내 단 한권 뿐인 희귀서적을 훔친 5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6일 강원도 정선경찰서는 절도 혐의로 A씨(55)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달 6일 오후 12시 40분 정선군 신동읍 아리랑 박물관 특별전시실에 진열된 'SONG OF ARIRANG'(아리랑) 초판본 1권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가 훔친 이 책은 전 세계 50권, 국내 1권뿐인 희귀서적이다. 1941년 뉴욕에서 단 100권만 발간됐다.

이 서적은 '중국의 붉은 별'(RED STAR OVER CHINA)의 저자 에드거 소노우(Edgar Snow)의 부인이자 신문기자였던 님 웨일스(Nym Wales)가 조선 독립 혁명가 김산의 일대기를 영문으로 쓴 책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광복 후 번역문 잡지 '신천지'(新天地)에 연재되다 1946년 10월 중단된지 1984년에서야 초판이 발행됐다.

경찰은 서적이 도난됐다는 신고를 받고 CCTV 분석을 거친 뒤 A씨를 특정하고 검거했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가난했던 미국 유학 시절 영문으로 읽은 책인데 당시 후반부를 읽지 못했다"며 "박물관에서 책을 보는 순간 옛 생각도 나고 소중히 읽고 싶다는 생각에 욕심이 생겨 일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희귀서적이지만 A씨가 판매 목적이 아닌 순수한 의도라고 주장하는 점을 고려해 사건을 처리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박광수 기자 park.kwangsoo@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