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위협 최고조인데 침묵하는 美국무장관…곧 사임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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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지난달 8일 말레이시아 군사기지에 도착하는 모습.[AP=연합뉴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지난달 8일 말레이시아 군사기지에 도착하는 모습.[AP=연합뉴스]

3일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로 북핵 위기가 최고조에 이른 가운데 침묵하고 있는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의 행적에 대해 현지 언론들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일각에선 틸러슨이 머지않아 사임할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北 6차 핵실험에도 美외교수장은 성명 하나 없어 #주말 행적도 5일에야 공개…"텍사스주 방문했다" #헤일리 유엔대사가 틸러슨 대신 외교 행보 #"틸러슨 사임하고 헤일리가 그 자리 차지할 것" 소문 돌아

틸러슨은 북한이 핵실험을 실시한 2일(현지시간)부터 4일까지 성명 하나 내놓지 않고 침묵을 지켰다. 미 국무부는 틸러슨이 주말 동안 어디에서 뭘 했는지도 공개하지 않았다.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의 로비 그래머 기자는 이날 트위터에서 "국무부에 틸러슨이 지난 주말 동안 어디 있었는지 물었는데 벌써 4시간째 답이 없다"며 "다시 질문했더니 '현재 확인 중'이란 답변이 돌아왔다"고 전했다. 국무부는 이날 뒤늦게 틸러슨이 지난 주말 허리케인 하비 피해 지역인 텍사스주를 방문했다고 밝혔다.

틸러슨의 빈자리를 메운 것은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 대사였다. 헤일리는 4일 유엔 안전보상이사회 긴급회의에서 "북한 김정은이 전쟁을 구걸하고 있다"며 "미국은 결코 전쟁을 원하지 않지만 우리 인내에는 한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헤일리는 이어 "우리가 지금 가장 강력한 (대북) 제재를 채택해야만 외교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서 강력한 대북 추가제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니키 헤일리 주유엔 미국 대사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안보리 긴급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유엔웹티비 캡쳐]

니키 헤일리 주유엔 미국 대사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안보리 긴급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유엔웹티비 캡쳐]

헤일리가 틸러슨을 대신하고 있는 건 북한 문제뿐만이 아니다. 헤일리는 5일 미국 보수성향 싱크탱크 미국기업연구소(AEI)에서 연설을 갖고 이란과의 핵 협상에 대한 현 정부의 입장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고 FP는 전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무부 동아시아 담당 부차관보를 역임했던 마이클 퓨크스는 "국무부 장관이 최근 미국 외교 관련 현안에 대해 입장을 밝히지 않는 것은 아주 이상한 일"이라며 "정상적인 행정부라면 국무부나 국무부 장관이 성명을 내놓은 뒤 정부 고위 관료가 인터뷰를 갖고 구체적인 정책을 설명하는 것이 관례"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틸러슨이 머지않아 사임하고 현재 사실상 국무장관 역할을 하고 있는 헤일리가 그 자리를 차지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한 백악관 고위 관료는 FP에 "지난주부터 틸러슨이 사임하고 헤일리가 차기 국무장관이 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고 전했다.

틸러슨은 최근 들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종종 갈등을 빚었다. 지난 7월 트럼프 대통령은 틸러슨의 이란 문제 대응 방식에 불만을 드러내는 등 견해 차이를 보였다. 워싱턴포스트(WP)는 2일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들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은 틸러슨을 완전히 주류 기득권으로 본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틸러슨 간의 불화설을 제기했다. 틸러슨도 지난달 미국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기 개인의 생각을 말하는 것일 뿐"이라며 트럼프 대통령과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였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이기준 기자 forideali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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