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종범, '대통령 지시' 하나은행 獨법인장 요구…승진 관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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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범(58)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대통령 지시’라면서 이상화 전 KEB하나은행 독일법인장 인사를 요구했다는 증언이 4일 나왔다.

정찬우(54)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박근혜(65) 전 대통령과 최순실(61)씨의 64차 공판에 증인으로 나와 이같이 증언했다.

정찬우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현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4일 오전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의 KEB 하나은행 인사 개입 여부를 증언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박 전 대통령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찬우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현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4일 오전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의 KEB 하나은행 인사 개입 여부를 증언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박 전 대통령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전 법인장은 코어스포츠 계좌 등을 개설해 최씨가 독일에서 삼성으로부터 정유라(21)씨의 승마 관련 지원을 받도록 도와준 인물이다.

정 전 부위원장은 “안 전 수석이 (나에게) 전화해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하나은행 유럽 법인을 만드는데 이 전 법인장이 총괄로 갈 수 있는지 알아보라고 했다”며 “이력서를 한 장 보내왔는데 (당시) 이 전 법인장의 이름을 처음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안 전 수석이 대통령 지시시항이라고 했느냐’는 검찰 질문에 “그랬던 걸로 기억한다”고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왼쪽)과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중앙포토]

박근혜 전 대통령(왼쪽)과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중앙포토]

하지만 당시 이 전 법인장 임명은 불발됐다.

이에 정 전 부위원장은 “안 전 수석이 다시 전화해 이 전 법인장을 해외 총괄 그룹장으로 원한다고 말했다”며 “하나금융그룹 쪽에 안 전 수석 지시사항을 전달했지만 직급상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답이 왔다”고 밝혔다.

그러자 안 전 수석은 이 전 법인장의 본부장 발령을 요구했지만, 이 전 법인장이 지점장으로 발령 나자 다시 정 전 부위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본부장으로 간다더니 왜 지점장으로 갔냐”고 물었다고 정 전 부위원장은 전했다.

정 전 부위원장은 “이 전 법인장 본인이 원해서 간 것으로 설명하니까 안 전 수석이 ‘그걸 믿냐’고 했고 며칠 뒤 ‘본인이 원한 게 아니라고 하는데 어떻게 된 거냐’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이 전 법인장은 지난해 2월 신설된 글로벌 영업2본부장에 임명됐다.

검찰은 “안 전 수석 요청으로 이 전 법인장이 본부장으로 승진할 수 있게 도와줬지 않냐”고 묻자, 정 전 부위원장은 “결과적으로 그렇다”고 답했다.

정 전 부위원장은 또 “대통령 관심사안이라는 말을 전했다”며 “하나금융그룹 측에서는 매우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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