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 대책 한 달 … 서울 은마아파트 1억3000만원 내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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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8·2 부동산 대책’ 후 한 달간 서울 등 아파트값 상승률이 전체적으로 둔화했다고 국토교통부가 1일발표했다. 이날 서울 강남구의 한 모델하우스를 찾은 시민들이 견본주택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8·2 부동산 대책’ 후 한 달간 서울 등 아파트값 상승률이 전체적으로 둔화했다고 국토교통부가 1일발표했다. 이날 서울 강남구의 한 모델하우스를 찾은 시민들이 견본주택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8·2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한 달. 부동산 시장은 지금 숨죽이고 있다. 이미 서울 등을 중심으로 가격 상승세가 한 풀 꺾이거나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겉으로 드러난 현상으로만 보면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안정화 대책은 먹히는 분위기다.

재건축 아파트값 0.54% 떨어져 #개포·둔촌주공 등 거래절벽 현실화 #국토부 “하반기 수도권 0.4% 상승” #상반기 0.8%보다 오름폭 꺾여 #신반포·개포시영 재건축 이달 분양 #향후 부동산 시장 바로미터 될 듯

국토교통부가 1일 공개한 ‘2017년도 부동산가격공시에 관한 연차보고서(이하 보고서)’에 따르면 하반기 수도권 지역 예상 주택매매 가격 상승률은 0.4%다. 상반기 상승률(0.8%)보다 한풀 꺾였다. 지방은 0.2%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 보고서는 한국감정원이 취합한 자료를 바탕으로 국토부가 시장 추이를 살피고, 향후 방향성까지 가늠해 매년 국회에 제출하는 정부의 공식 의견이다. 전재범 강원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가파른 상승세를 누른 것만으로도 8·2 대책이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가격 상승의 진원인 서울은 8·2 대책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이날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8·2 대책 이후 3주 연속 0.03~0.04%씩 떨어졌다(전주 대비). 강여정 한국감정원 주택통계부장은 “최근 조사기간인 지난달 22~28일에도 하락세로 집계돼 대책 발표 후 4주 연속 하락세를 기록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재건축 아파트값은 8·2 부동산 대책 후 한 달간 0.54% 떨어졌다. 앞서 6·19 대책 발표 후 한 달간 서울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1.76% 오른 것과 대조적이다. 7월 최고가 13억8000만원에 거래된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76㎡는 8월 중순 12억5000만원에 팔렸다.

‘거래 절벽’도 현실화하는 추세다. 국토교통부 아파트 실거래가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7월 39건 거래된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1단지는 지난달엔 4건만 주인이 바뀌었다. 강동구 둔촌동 둔촌주공1단지도 같은 기간 거래 건수가 10건에서 1건으로 줄었다.

이런 상황에서 1일부터 서울 강남권에서 시작하는 분양에 관심이 모아진다. 1일엔 GS건설이 서초구 신반포6차 아파트를 재건축한 ‘신반포센트럴자이’ 견본주택을 개관했다. 삼성물산도 강남구 개포시영아파트를 재건축해 짓는 ‘래미안 강남 포레스트’ 견본주택을 8일 연다.

업계 관계자는 “두 아파트의 분양가가 예상보다 낮아진 상황에서 분양 열기가 이어질지가 향후 시장을 예측하는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반기 부동산 시장을 좌우할 변수로는 기준금리 인상과 대출 규제 강화, 입주 물량 확대가 꼽힌다. 국토연구원은 기준금리가 0.5~1%포인트 오를 경우 주택 매매가격상승률이 0.3~0.6%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소비자가 ‘금리 리스크’에 둔감해졌다. 이런 상황에선 기준금리가 조금만 올라도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저가 매물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 연차보고서는 “7월부터 강화된 대출 규제와 8·2 대책, 내년부터 시행하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등 영향으로 하반기 부동산 시장이 전반적으로 관망세를 지속할 예정이다. 향후 시행할 정부의 추가 규제 강도에 따라 추가 조정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적었다. 투기과열지구 확대 지정 같은 정부의 추가 규제를 예고한 대목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대출·청약·세제까지 총망라한 8·2 대책에 이어 추가 대책까지 예고하고 있어 당분간 집값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반면에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수요 억제 정책만으론 집값을 잡기 어렵다. 만약 집값이 조정된다면 연말께 금리가 인상되거나 서울·수도권 신규 입주 물량이 집중된 효과가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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