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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허리케인 와중에 … ‘인종차별 아이콘’ 사면 논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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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불법체류자 단속으로 악명 높은 전 지방경찰국장을 사면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불법체류자 단속 악명 높은 인물 #“생명을 구하는데 집중하는 대신 #불법행위 저지른 자 구했다” 비판

트럼프는 지난 25일(현지시간) 애리조나 마리코파 카운티 경찰국장이었던 조 아파이오를 사면했다. 트럼프의 첫 사면대상이 된 아파이오는 연방법원의 명령을 거부하고 범죄혐의가 없는 불법체류자를 계속 체포하다 기소됐던 인물로 ‘인종차별의 아이콘’으로 불렸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사면에 대한 반발이 거세다. 샬러츠빌 사태 이후 백인우월주의자를 두둔하는 발언으로 비난을 받았던 트럼프가 또다시 인종차별과 관련해 부적절한 결정을 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허리케인 ‘하비(Harvey)’가 텍사스주를 강타한 시점에 사면이 이뤄진 것도 문제를 삼았다.

뉴욕타임스(NYT)는 26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캠프 출신 인사들로 이뤄진 ‘행동을 위한 기구’가 “이번 사면은 이민자들을 불안하게 하는 조치이자 법의 원칙을 정면으로 부정한 것”이라고 비판했다고 보도했다. 이 기구는 “거대한 허리케인이 남부를 휩쓰는 동안 백악관은 생명을 구하는 데 집중하는 대신 인종 차별적 불법행위를 저지른 자를 구했다”고 지적했다.

공화당 핵심 인사인 폴 라이언 하원의장도 이번 사면에 대해 반대 입장을 냈다. 그의 대변인 도우 안드레스는 “법을 집행하는 관리들은 미국 내 모든 사람들의 권리를 존중할 책임을 갖고 있다. 이번 사면으로 인해 그런 책임감을 느끼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인식될까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존 매케인 상원의원(애리조나) 역시 “누구도 법 위에 있을 순 없다. 공직자들은 그들이 지키기로 맹세한 법을 공정하게 집행함에 있어 비판의 여지가 없도록 항상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비판을 감수하고 사면을 단행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보수 논객인 피터 베너 윤리와공공정책센터(EPPC) 선임 연구원은 NYT 기고문에서 “자신을 추종하는 미국인 3분의 1 하고만 함께 갈 것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나아가 지난 대선 당시 러시아 측과 손잡았다는 ‘러시아 스캔들’ 관계자들에 대한 사면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로버트 뮬러 특검 조사의 마무리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일종의 ‘테스트’로 아파이오를 사면했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트위터에 “미국 대통령이 사면할 완벽한 권한을 가지고 있는 데 모든 사람들이 동의한다”고 적은 바 있다.

◆허리케인 강타, 5명 사망 수십명 부상=한편 허리케인 하비로 인해 텍사스에서는 27일 현재 최소 5명이 사망하고 수십 명이 다쳤다고 NYT 등이 전했다. 25일 텍사스 남부에 상륙할 당시 하비의 풍속은 최고 시속 209㎞에 달하는 4등급으로 지난 2005년 1200여 명의 사망자와 수십만 명의 이재민을 낸 ‘카트리나’(3등급)보다 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7일 트위터를 통해 “텍사스(재해 현장)를 가능한 빨리 방문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병주 기자 moon.byung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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