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률 떨어져도 물가 안 오르는 난제…잭슨홀 회의에서 풀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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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주요국 중앙은행 총재와 저명한 경제학자들이 모이는 잭슨홀 연례 회의가 24일(현지시간) 미국 와이오밍주 캔자스시티에서 개막했다.

기준 금리 인상, 보유자산 축소 앞두고 #인플레이션 부진에 고민 깊은 중앙은행들 #'필립스 곡선' 사망 선고 나오나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과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를 포함한 각국 중앙은행 총재들이 속속 도착했다. 옐런과 드라기가 잭슨홀 회의에 동시에 참석한 것은 2014년 이후 처음이다.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 총재와 경제학자들이 2박 3일간의 경제 심포지엄을 위해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에 모였다.지난 21일잭슨 외곽에 있는 그랜드 테튼 국립공원의 일출 모습. [잭슨 AFP=연합뉴스]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 총재와 경제학자들이 2박 3일간의 경제 심포지엄을 위해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에 모였다.지난 21일잭슨 외곽에 있는 그랜드 테튼 국립공원의 일출 모습. [잭슨 AFP=연합뉴스]

미국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이 주관하는 잭슨홀 회의의 공식 명칭은 ‘2017년 경제 심포지엄’. 올해의 심포지엄 주제는 ‘역동적인 세계 경제 발전(Fostering a Dynamic Global Economy)’이다.

올해 회의에서 경제학자들과 정책 입안자들이 논의할 중요한 화두 가운데 하나는 '필립스 곡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 CNBC 방송은 “올해 잭슨홀 회의에서 필립스 곡선이 사망 선고를 받을지 주목된다”고 보도했다.

필립스 곡선은 1970년대 뉴질랜드 경제학자 필립스가 발표한 경제학 이론이다. 인플레이션과 실업률 사이에는 역의 함수 관계가 있다는 것을 발견한 이론이다. 실업률이 낮을수록 물가상승률이 높으며, 반대로 물가상승률이 낮을수록 실업률은 높다는 의미다.

미국의 최근 실업률은 역대 최저 수준(4.4% 안팎)을 기록하고 있다. 필립스 이론대로라면 인플레이션도 함께 올라야 한다. 하지만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오랜 기간 목표치인 2%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유로존도 마찬가지다. 실업률은 떨어지지만, 임금은 오르지 않는 현상이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다.

CNBC는 “지금까지 유효했던 필립스 곡선은 금융위기 이후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인위적으로 돈을 풀면서 더는 유효하지 않게 됐다”고 전했다.

인플레이션 부진은 양적 완화를 거둬들이고, 금리를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려는 Fed와 ECB의 움직임에 발목을 잡는 요소다. 올 2월 미국의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1.8%를 찍으며 목표치에 근접하는 듯 보였으나 이후 감소 추세다.

유로존도 마찬가지다. 드라기 총재는 지난 6월 올해의 인플레이션 전망을 1.5%로 축소했다. 지난 3월 내놓은 전망 1.7%에서 후퇴한 수치다. 내년도 인플레이션 전망치는 1.7%에서 1.3%로, 2019년도는 1.7%에서 1.6%로 줄었다.

전문가들은 선진국에서 인플레이션이 부진한 가장 큰 이유로 노동시장 변화를 꼽았다. 근로 형태와 임금 책정 방식이 달라졌기 때문에 실업률이 떨어진다고 반드시 임금이 오르지 않는 구조로 변했다는 것이다.

에드워드 스미스 이코노미스트는 CNBC에서 “저임금에 불안정한 일자리가 늘면서 실업률이 떨어지더라도 임금이 오르지 않고, 이에 따라 지출 능력도 떨어져 인플레이션이 부진하다”고 분석했다. 알베르토 갈로 애널리스트는 “오랜 기간 저금리가 지속됐지만 인구 고령화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소비보다 저축이 많다”며 “저금리 상태에서 저축이 늘면 디플레이션 위험이 커진다”고 말했다.

잭슨홀 회의에 참석한 Fed 위원들은 인플레이션에 대해 각각 다른 견해를 밝혔다. 회의의 호스트격인 에스더 조지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이날 CNBC에 출연해 “인플레이션 부진이 Fed의 기준금리 인상을 단념하게 해서는 안 된다”며 “물가는 2%에 근접해 있기 때문에 점진적인 금리 인상 경로를 지속해야 한다” 말했다.

로버트 카플란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신중론을 폈다. 카플란 총재는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올해 안에 금리 인상 가능성은 있다. 다만, 인상 판단을 내리기 전에 신중해야 하고, 경제 지표를 더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CNBC는 “인플레이션이 뚜렷하게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서 금리를 인상하고 보유자산 축소를 시작하려면 중앙은행 간 정책 공조가 특히 필요하다”며 “오르지 않는 물가에 관한 논의는 이번 잭슨홀 회의에 올라오는 여러 메뉴 가운데 최고 화두가 될 것”라고 전했다.

지난해 잭슨홀 회의 참석 당시의 재닛 옐런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AP=연합뉴스]

지난해 잭슨홀 회의 참석 당시의 재닛 옐런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AP=연합뉴스]

옐런 의장의 연설은 한국 시간 25일 오후 11시, 드라기 총재 연설은 26일 오전 3시 진행된다.

박현영 기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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