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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명물 '빅 벤'의 마지막 종소리

중앙일보

입력

빅 벤의 수리를 위해 가설비계가 설치됐다. [AFP=연합뉴스]

빅 벤의 수리를 위해 가설비계가 설치됐다. [AFP=연합뉴스]

거대한 시계탑 빅 벤(Big Ben)이 21일(현지시간) 정오 마지막 종을 울리고 대규모 수리공사를 위해 2021년까지 4년간 침묵에 들어갔다고 가디언 등 외신이 전했다. 영국 런던의 상징물로 사랑받은 빅벤의 정식 명칭은 '엘리자베트 타워'다. 마지막 종소리를 듣기 위해 수백명이 의회 앞마당에 몰려들어 스마트폰을 꺼내들었다.

런던 빅 벤, 157년 역사상 가장 긴 휴식에 들어가 #영국 의회, 노동자 안전 위해 타종 멈추라 결정

빅 벤은 런던 웨스트민스터 궁전 북쪽 끝에 있는 시계탑의 별칭이다. 연간 1만2000명이 찾는 관광 명소다. 애니메이션 피터팬 등의 배경으로도 유명하다. 13t에 달하는 종은 매 시간 및 각 15분마다 울려 시간을 알렸다. 1859년 건립된 빅벤은 1985년 이래 대대적인 수리나 개조가 이뤄지지 않았다. 시계 및 표면의 유리, 타워 자체의 수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비상탈출용 엘리베이터도 설치될 예정이다.

빅 벤의 마지막 종소리를 듣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 [AP=연합뉴스]

빅 벤의 마지막 종소리를 듣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 [AP=연합뉴스]

영국인들의 사랑을 받는 만큼, 빅 벤의 개조를 두고 의견 충돌도 있었다. 지난주 빅 벤이 타종을 멈춘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몇몇 정치인과 영국 언론들이 강력하게 반발했다. 테리사 메이 총리는 결정의 재검토를 요구했다. 데이비드 데에비스 브렉시트 비서관은 벨을 그렇게 오랫동안 멈추는 건 "미친" 짓이라며 종을 치면서 수리하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의회는 시계 탑 수리를 하는 작업자들의 청력을 보호하기 위해 종을 치지 않을 필요가 있다며 밀어붙였다.

빅 벤의 거대한 종. [AFP=연합뉴스]

빅 벤의 거대한 종. [AFP=연합뉴스]

빅 벤은 가장 가깝게는 2007년 수리를 위해 6주간 멈추는 등 몇 차례 침묵한 바 있다. 하지만 제 2차 세계대전을 포함해 157년 역사상 거의 지속적으로 울렸다. 영국의 타블로이드 신문 데일리 메일은 히틀러도 멈추지 못한 걸 '의료안전규정(health and safety regulations)'이 해냈다며 비꼬았고, 데일리 텔레그래프도 사설에서 브렉시트(EU 연합에서 빠져나오는 것) 상황에서 "자유와 법치의 전통에 뿌리를 둔 국민적 자긍심의 상징인 빅벤은 여느 때보다 더욱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PA=연합뉴스

EPA=연합뉴스

반면 제러미 코빈 노동당 당수는 노동자들의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LBC 라디오 인터뷰에서 "빅 벤을 그리워하게 된다 하더라도 (수리) 작업을 잘 끝내기 위해서라면 우리가 감내해야 할 일"이라면서 "(빅 벤의 침묵이) 국가적 재앙이나 참사는 아니다"고 말했다.

시계탑 광장에 있었던 시민 조지 메이어(80)는 워싱턴포스트(WP) 기자에게 "빅 벤은 중요하다. 우리 역사의 일부"라면서 "나처럼 귀가 잘 안 들리는 사람을 수리공으로 써라. 나도 지원하고 싶다"고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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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희 기자 dung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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