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충제 안 썼는데…" 계란 파동에 날벼락 맞은 농부의 눈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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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충제 성분인 플루페녹수론이 검출된 전북 김제의 한 방목형 산란계 농장에서 21일 닭들이 쉬고 있다. [연합뉴스]

살충제 성분인 플루페녹수론이 검출된 전북 김제의 한 방목형 산란계 농장에서 21일 닭들이 쉬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에선 드문 방목형 농장을 운영하며 양심껏 닭들을 돌보고, 그 닭들이 낳은 '친환경 계란'에 대한 자부심도 컸는데, 한 농부가 계란 파동 속 날벼락 같은 결과를 받고 안타까움에 발을 굴렀다. 20일 추가 검사를 통해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것으로 확인된 전북 김제의 한 산란계 농장의 주인 이야기다. 이 농장에서는 검출돼선 안되는 성분인 플루페녹수론이 검출됐다.

농장주 황연우(45) 씨는 21일 "절대 살충제를 사용한 적이 없다"며 억울해 했다. 김제시에서도 "해당 농장은 친환경 유기농 인증을 받은 제품을 약재로 쓴 것으로 확인됐다"면서도 "주변에 있는 논에서 살충제가 유입됐을 가능성도 있지만, 현재 정확한 경로는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오디 등 열매 나무를 키우던 황씨는 나무 주변 잡초를 잡기 위해 지난해부터 닭 300여 마리를 풀어 키웠다. 닭들은 잡초를 제거하고 해로운 벌레를 잡아먹었고 신선한 계란을 낳았다. 황씨에 따르면 해당 계란은 노른자에 이쑤시개 60개를 꽂을 수 있을 만큼 신선했다. 건강하지 못한 달걀은 20∼30개만 꽂아도 노른자가 뭉개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살충제 성분인 플루페녹수론이 검출된 전북 김제의 한 방목형 산란계 농장에서 21일 닭들이 쉬고 있다. [연합뉴스]

살충제 성분인 플루페녹수론이 검출된 전북 김제의 한 방목형 산란계 농장에서 21일 닭들이 쉬고 있다. [연합뉴스]

이웃들의 성화에 황씨는 방목형 농장에서 건강하게 자란 닭들이 낳은 계란을 팔기로 결심하고 지난해부터 지인 등에게 값싸게 팔았다. 황씨는 닭들이 알을 많이 낳도록 조명을 조정하는 등 스트레스를 주지 않으면서 산란계를 700여 마리까지 늘렸다.

그런데 이 농장의 계란에서 살충제 성분인 플루페녹수론이 검출된 것이다. 황씨의 자부심이던 신선한 계란 1588개는 그날 회수돼 폐기됐다.

황씨는 "절대 살충제를 사용한 적이 없다. 농장을 보면 알 수 있지 않으냐"며 전북도와 김제시 등에 재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사정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황씨는 결국 이날 청와대에 민원을 제기하고 행정심판청구를 준비할 계획이다.

살충제 성분인 플루페녹수론이 검출된 전북 김제의 한 방목형 산란계 농장에서 21일 닭들이 풀을 뜯고 있다. [연합뉴스]

살충제 성분인 플루페녹수론이 검출된 전북 김제의 한 방목형 산란계 농장에서 21일 닭들이 풀을 뜯고 있다. [연합뉴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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