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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테러 은거지서 가스통 120개 발견, 이슬람 성직자가 테러조직과 연결고리

중앙일보

입력

스페인 바르셀로나 차량 테러가 발생하기 전날 폭발 사고가 났던 알카나르 지역 주택에서 가스통 120여 개가 발견됐다. 용의자들이 차량 테러가 아니라 폭탄 테러를 계획했던 것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치밀하게 계획한 범행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용의자들이 거주해온 바르셀로나 북부 리폴 지역의 이맘(이슬람 성직자)이 극단적인 사상을 주입했고, 그가 2004년 마드리드 폭탄 테러 조직과의 연결고리였다는 정황도 확인되고 있다.

스페인 연쇄 테러 용의자들이 폭발물 실험을 하다 사고를 일으킨 알카나르 지역에서 발견된 가스통들. [AFP]

스페인 연쇄 테러 용의자들이 폭발물 실험을 하다 사고를 일으킨 알카나르 지역에서 발견된 가스통들. [AFP]

 20일(이하 현지시간) 호세 루이스 카탈루냐 경찰청장은 지난 16일 폭발 사고가 난 알카나르 지역 주택에서 120개가 넘는 부탄가스통과 다량의 폭발물질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발견된 가스통들은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가 프랑스 파리 등을 공격할 때 사용한 액체폭탄 TATP(트라이아세톤트라이페록사이드) 성분을 포함하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용의자들이 해당 주택에서 폭발물 실험을 하다 사고가 일어나자 범행 계획을 바꾼 것으로 보고 있다. 안토니 가우디의 사그라다 파밀리아(성 가족 성당)를 첫 번째 타깃으로 노렸던 것으로 보인다고 현지 언론은 보도했다.
 경찰은 차량 운전자로 지목된 유네스 아부야쿱(22)의 행방을 쫓고 있다. 프랑스로 도주한 것으로 추정돼 프랑스와 공조 수사를 벌이고 있는데, 아부야쿱이 자신의 신용카드로 렌터카 업체에서 테러에 사용된 승합차를 대여했다고 파악하고 있다.
 아부야쿱 등 용의자 8명이 바르셀로나 북부 리폴 출신으로, 경찰은 이 지역 이맘인 압델바키 에스 사티가 10대 후반과 20대의 용의자들에게 과격한 사상을 주입해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을 추적하고 있다.
AP 통신에 따르면 신원을 밝히기를 거부한 여성이 “이맘 에스 사티가 지하드와 이교도에 대해 설교했다. 모두가 그걸 알고 있고, 공개된 비밀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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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간 엘파이스 등에 따르면 그는 2010년 마약 밀매에 연루돼 4년간 복역했다. 복역 중인 2004년 알카에다 연계 조직이 저지른 마드리드 기차역 폭탄테러의 용의자 라치드 마그리프와 접촉했다. 18년 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마그리프로부터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다. 과거 이라크로 파견할 젊은이들을 모집한 사건과 관련해서도 그의 이름이 용의선상에 거론된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스페인 당국의 관리 대상에 포함돼 있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경찰은 사티가 알카나르 주택 폭발 사고 때 숨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현장에서 발견된 시신의 신원을 조사 중이다. 스페인 당국은 이번 연쇄테러에 가담한 인물을 총 12명으로 파악했다. 4명은 생포됐고 5명이 사살됐으며 1명은 폭발사고로 숨진 것으로 조사됐다. 나머지 2명 중 아부야쿱이 도주 중이고, 사티의 사망 여부를 확인 중이다.

바르셀로나 람블라스 거리 차량 테러 현장에서 실종됐다가 끝내 숨진 것으로 확인된 7살 줄리언 캐드먼. [가족 소셜미디어]

바르셀로나 람블라스 거리 차량 테러 현장에서 실종됐다가 끝내 숨진 것으로 확인된 7살 줄리언 캐드먼. [가족 소셜미디어]

 한편 바르셀로나 차량 테러 때 실종됐던 7살 호주ㆍ영국 이중 국적 소년인 줄리언 캐드먼은 결국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캐드먼은 엄마 사촌의 결혼식에 참석하려고 스페인에 왔다가 람블라스 거리에서 엄마와 함께 차량 테러를 당했다. 엄마는 크게 다쳐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으나 회복 중이다.
 테러범들이 공격 목표로 삼았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에서는 추모 미사가 열렸다. 바르셀로나 대주교 후안 요셉 오멜라 추기경은 스페인 펠리페 국왕 부부와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 카탈루냐주 이슬람 지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집전한 미사에서 교황의 조전을 낭독하고, 유족에게 위로의 말을 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조전에서 “잔인한 테러 공격은 신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고 테러를 비난했다.
 바르셀로나 거주 모로코인 100명 가량은 20일 테러 현장에 모여 ”이번 테러는 이슬람의 가름침에 위배된다"며 테러에 반대하는 뜻을 표했다. 이번 용의자 12명 중 최소 절반이 모로코 출신이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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