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프로닐 성분 살충제 만들어 판 포천 동물약품도매상 압수수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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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에게 사용할 수 없는 피프로닐 성분이 든 살충제를 만들어 판 경기도 포천시의 동물약품도매업체를 경찰이 압수 수색했다.
경기 포천경찰서는 21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 20분까지 포천시 신북면에 있는 A 동물 약품 도매업체를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이날 이 업체의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폐쇄회로 TV(CCTV) 기록 등 2개 박스 분량의 자료를 확보했다.

살충제 성분이 검출돼 폐기되는 계란 [연합뉴스]

살충제 성분이 검출돼 폐기되는 계란 [연합뉴스]

경찰은 이 자료를 바탕으로 A 동물 약품 도매업체의 불법 살충제 제조 여부 등을 확인할 방침이다.
이 업체는 피프로닐 성분을 사용해 살충제를 만들어 판 혐의를 받고 있다.
피프로닐은 개나 고양이 등에게는 사용할 수 있지만, 닭에게는 사용할 수 없는 살충제 성분이다.
이 업체 업주 소모(47)씨는 지난 6월 중국에서 들여온 피프로닐 가루 50㎏을 증류수 400L를 섞어 살충제를 만들었다. 이후 이 살충제를 남양주·포천·연천과 강원도 철원 등 5곳의 산란계 농가에 50~150L씩 판매했다.

경기도 남양군청 직원들이 지난 15일 오후 피프로닐 성분이 검출된 한 농가의 계란들을 폐기,수거하고 있다. 이 농가는 포천의 한 동물약품도매업체에서 살충제를 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중앙포토]

경기도 남양군청 직원들이 지난 15일 오후 피프로닐 성분이 검출된 한 농가의 계란들을 폐기,수거하고 있다. 이 농가는 포천의 한 동물약품도매업체에서 살충제를 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중앙포토]

이 업체에서 살충제를 공급받은 농가 중 남양주와 포천·강원도 철원의 농가의 계란에서 피프로닐 성분이 검출됐다. 경기도는 포천시를 통해 소씨를 약사법 위반 혐의 등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이 업체에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도 할 예정이다. 앞서 소씨는 경기도 등의 조사에서 "농장주들이 먼저 '좋은 약을 달라'고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피프로닐이 검출된 농가에선 "소씨가 먼저 '좋은 약'이라고 권했다"고 밝혔다.
소씨는 현재 변호사를 선임한 상태다. "피프로닐 가루에 물을 탔을 뿐 불법 제조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한다.
반면 경기도는 "동물 약품도매상은 완제품을 판매하는 곳이지 물품을 제조하는 곳이 아니다"라며 "가루를 물에 탔다고 해도 농림축산검역본부 등 관련 기관에 제조업 등록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유해물질을 불법으로 제조해 판매까지 한 만큼 문제가 있다"고 했다. 경찰은 조만간 소씨를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또 소씨가 판 제품에 다른 약품이 포함되어 있는지 등도 조사하고 있다.
포천=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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