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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렌스탐, 바이킹 모자 쓰고 춤도 춰봤지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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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렌스탐(왼쪽)과 줄리 잉크스터. [AFP=연합뉴스]

소렌스탐(왼쪽)과 줄리 잉크스터. [AFP=연합뉴스]

여제 안니카 소렌스탐(47)이 솔하임컵에서 또 아쉬운 눈물을 흘렸다.

골프여제, 솔하임컵 유럽 캡틴으로 참패 #선수층 얇고 줄부상 등 악재 겹쳐 #'악연' 줄리 잉크스터에 패해 더 아파 #선수로 2패, 부정행위 지적도 당해

안니카 소렌스탐이 이끄는 유럽은 20일(현지시간) 미국 아이오와주 디모인 골프장에서 끝난 대회에서 11.5-16.5로 완패했다. 유럽은 전날까지 5.5-10.5로 더블스코어에 가까운 차이로 뒤졌고 마지막날 열린 싱글매치 12경기에서 점수를 줄이지 못했다.

소렌스탐의 유럽은 악재가 많았다. 올해 참가 선수들은 유난히 약체다. 세계랭킹 2위 렉시 톰슨을 필두로 한 미국 선수들에 비해 객관적 전력이 한 두 수 아래다. 게다가 수잔 페테르센이 아파 대회 직전 47세의 카트리나 매튜로 급히 교체했다. 솔하임컵 2번 참가 경험이 있는 찰리 헐도 손목이 아팠다. 소렌스탐은 이를 발견하고 둘째 날 경기에 쓰지 못했다.

또 올해 들어 가장 큰 활약을 하던 카를로타 시간다는 컨디션 난조로 도움이 안 됐다. 그래도 골프 여제 소렌스탐은 이런 조건들이 핑계일 뿐임을 잘 알고 있다. 소렌스탐은 최선을 다했다.

마지막 날 경기를 앞두고는 조용한 성격상 안 추던 춤까지 추면서 선수들을 독려했다. 1번 티잉그라운드에 바이킹 모자를 쓰고 스웨덴 그룹 아바의 음악 댄싱퀸에 맞춰 어색한 춤도 췄다. 침체된 선수들의 사기를 올리기 위해서였다.

소렌스탐은 마지막날 싱글 매치 초반 강한 선수들을 집중 투입했다. 12경기 중 9경기 이상 이겨야 역전이 가능하기 때문에 초반 기선을 제압하지 못하면 아예 기회 자체도 없었다. 그러나 안나 노르크비스트가 비기고 조지아 홀과 멜리사 리드가 패배하면서 힘도 쓰지 못했다. 유럽은 마지막 날 경기 6승6패에 그쳤다.

지난 대회(2015년)에서 소렌스탐은 바이스캡틴이었다. 당시 유럽은 둘째날까지 10-6으로 앞서다 13.5-14.5로 뒤집혔다. 솔하임컵 사상 최악의 역전패였다. 수잔 페테르센이 엘리슨 리에게 짧은 퍼트를 컨시드 주지 않은 사건이 역전의 도화선이 됐다. 소렌스탐은 캡틴이 된 이번 대회에서 설욕을 했어야 했다. 그러나 역대 최악의 참패를 맛봤다.

미국 캡틴인 줄리 잉크스터와의 악연을 생각하면 더욱 아프다. 2015년 줄리 잉크스터는 “소렌스탐이 조언을 할 자격이 없는 바이스캡틴으로서 조언을 했다”고 클레임을 걸었다. 소렌스탐이 부정행위를 했다는 뜻이다. 소렌스탐과 잉크스터가 이 때문에 언쟁을 벌였다. 페테르센-앨리슨 리의 컨시드 논란이 아니었다면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사건이었다. 소렌스탐은 2013년 대회에서도 같은 클레임을 당했다. 소렌스탐은 “참기 힘든 모욕이었다”고 말했다.

[AFP=연합뉴스]

[AFP=연합뉴스]

두 선수는 나이 열 살 차이가 난다. 그러나 잉크스터의 선수 생활이 아주 길었기 때문에 함께 경쟁했다. 선수로서는 72승을 한 소렌스탐이 37승의 잉크스터보다 훨씬 뛰어나다. 그러나 솔하임컵에서는 달랐다. 두 선수가 함께 출전한 솔하임컵은 6번이다. 잉크스터의 미국이 4번 이겼다.

소렌스탐(왼쪽)과 줄리 잉크스터. [AFP=연합뉴스]

소렌스탐(왼쪽)과 줄리 잉크스터. [AFP=연합뉴스]

두 선수가 직접 대결한 경우는 두 번이다. 2000년 스코틀랜드 대회 싱글매치에서 선봉으로 출전한 잉크스터는 5홀 차로 소렌스탐을 눌렀다. 2003년 포볼 매치에서 잉크스터가 한 홀 차로 이겼다. 솔하임컵에서 선수로는 잉크스터가 판정승이고 캡틴으로서는 KO승이다.

소렌스탐은 “잉크스터를 포함한 미국 선수들 축하하며 최선을 다해준 유럽 선수들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솔하임컵 역대 전적에서 10승5패로 앞섰다.
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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