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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자 가맹점, 로열티 방식 적용 땐 장사 안되는 곳 불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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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의 수익구조는 로열티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 배경에는 가맹본부와 가맹점의 수익이 비례해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업계와 학계는 원칙적으로 공감하고 있다.

유통마진 방식과 비교해보니 #식재료 물류비 등 추가로 부담해야 #매출 규모 큰 곳은 수익 늘어나지만 #로열티 요율 책정 등 산 넘어 산 #“로열티·유통마진 다 내는 구조 안돼”

로열티 방식은 위기에 빠진 프랜차이즈를 구할 수 있을까. 중앙일보가 실제 점포를 운영하는 미스터피자와 피자에땅의 가맹점 각 한곳씩의 손익 계산서를 받아 이를 로열티 방식으로 완전히 바꿀 경우 어떻게 달라지는지 시뮬레이션 해봤다. 지난달 매출 6000만원을 올린 미스터피자 가맹점과 1324만원을 올린 피자에땅의 한 점포가 대상이었다. 로열티나 물류비를 받게 될 경우의 매출액 대비 비율은 이를 도입 중인 도미노피자와 뚜레쥬르와 같은 비율로 잡았다.

시뮬레이션 결과 매출 규모가 크고 장사가 잘되는 점포는 로열티 제도가 유리했지만, 그렇지 않은 점포는 오히려 점주 부담이 늘어날 거로 집계됐다.

계산해보면 현재 가맹본부의 유통 마진은 매출의 약 30%다. 이 유통 마진을 완전히 없애고, 로열티 방식으로 바꿔 계산해보니 가맹점이 부담하는 식자재 비용은 현재보다 30% 낮아졌다.

단, 유통 마진에는 물류비가 포함돼 있어 유통 마진을 내지 않을 경우 가맹점은 물류비를 다른 형태로 부담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업계에 따르면 CJ대한통운을 통해 식자재를 공급하는 뚜레쥬르 가맹본부의 물류비는 매출의 7% 선이다. 이를 기반으로 미스터피자·피자에땅 가맹점의 물류비를 가맹본부 매출(2015년 공정위 정보공개서 기준)의 7%로 설정했다. 본사에 지급하는 로열티는 가맹점 매출의 6%로 설정했다. 이는 현재 피자헛 등 글로벌 프랜차이즈에서 설정하고 있는 로열티 수준이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이를 바탕으로 지난달 매출 6000만원을 올린 미스터피자의 한 점포가 로열티 방식으로 전환한다면 순익은 200만원 이상 늘어난다.

지난달 매출 1324만원의 피자에땅의 한 점포는 로열티 방식으로 가면 오히려 점주가 갖고 가는 수익이 더 쪼그라드는 경우다. 로열티(6%) 비용으로 79만원을 새로 부담해야 하는데다 물류비로 79만원을 내야 한다. 대신 유통마진(30%) 차감액은 120만원으로 크지 않다. 그래서 순익은 오히려 30만원 줄어든다. 시뮬레이션 내용을 알려주자 익명을 요구한 점포주인 B씨는 “수익구조보다 가맹본부와 가맹점이 전혀 상생이 되지 않는 관행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 예로 B씨는 “우리 점포를 관리하는 슈퍼바이저가 올해만 5번 바뀌었다”며 “사실상 가맹점 관리를 하지 않는 셈”이라고 했다. 때문에 B씨는 월 60만원을 들여 자체적으로 판촉·광고 영업을 하고 있다. 정종열 가맹거래사는 “유통마진을 완전히 없앤다면 로열티 방식에 찬성하는 점주도 많다. 그러나 유통 마진을 어느 정도로 하느냐 시각차가 있을 수 밖에 없다”며 “자칫하면 가맹점은 유통마진과 로열티를 모두 부담하는 구조로 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이럴 경우 공정위의 심판 역할이 중요한 데 수많은 프랜차이즈를 모두 감시할 수 있을 지도 문제”라고 말했다.

이정희 교수는 “현재 가맹본부와 가맹점간에 신뢰가 깨졌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가맹본부가 ‘더이상 유통과정에서 마진을 전혀 남기지 않는다’고 했을 때 점주들이 수긍할 만한 수준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미국에서 한때 물류구매조합 등이 식자재 유통의 대안으로 등장했지만, 실제로 하고 있는 곳은 드물다”며 “우리만의 답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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