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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열티 방식은 프랜차이즈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까

중앙일보

입력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프랜차이즈 불공정 관행 근절 대책의 일환으로 '로열티 방식'으로의 전환을 제시했다. [사진 중앙포토]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프랜차이즈 불공정 관행 근절 대책의 일환으로 '로열티 방식'으로의 전환을 제시했다. [사진 중앙포토]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추진하는 프랜차이즈 불공정 관행 근절 대책이 거침없이 흘러가고 있다. 드라이브의 끝엔 ‘로열티 방식’이 있다. 지난 6월 취임한 김 위원장은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의 수익구조는 로열티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수차례 말했다. 그 배경에는 가맹본부와 가맹점의 수익이 비례해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업계와 학계는 원칙적으로 공감하고 있다.

유통마진 vs v로열티 방식…수익구조 비교해보니 #"가맹점, 자칫하다 유통마진·로열티 모두 낼 수도" #로열티 방식까지 산 너머 산 "신뢰 회복이 관건"

로열티 방식은 위기에 빠진 프랜차이즈를 구할 수 있을까. 중앙일보가 실제 점포를 운영하는 미스터피자와 피자에땅의 가맹점 각 한곳씩의 손익 계산서를 받아 이를 로열티 방식으로 완전히 바꿀 경우 어떻게 달라지는지 시뮬레이션 해봤다. 지난달 매출 6000만원을 올린 미스터피자 가맹점과 1324만원을 올린 피자에땅의 한 점포가 대상이었다. 로열티나 물류비를 받게 될 경우의 매출액 대비 비율은 기존에 이를 도입 중인 도미노피자와 뚜레쥬르와 같은 비율로 잡았다. 시뮬레이션 결과 매출 규모가 크고 장사가 잘되는 점포는 로열티 제도가 유리했지만, 그렇지 않은 점포는 오히려 점주 부담이 늘어날 거로 집계됐다.

먼저 유통마진을 추산했다. 피자 프랜차이즈는 보통 가공업체로부터 1㎏ 7000원대에 모차렐라 치즈를 납품받아 가맹점에 9000원대에 공급하고 있다. 계산해보면 현재 가맹본부의 유통 마진은 매출의 약 30%다. 이 유통 마진을 완전히 없애고, 로열티 방식으로 바꿔 계산해보니 가맹점이 부담하는 식자재 비용은 현재보다 30% 낮아졌다.

단, 유통 마진에는 물류비가 포함돼 있어 유통 마진을 내지 않을 경우 가맹점은 물류비를 다른 형태로 부담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업계에 따르면 CJ대한통운을 통해 식자재를 공급하는 뚜레쥬르 가맹본부의 물류비는 매출의 7% 선이다. 이를 기반으로 미스터피자·피자에땅 가맹점의 물류비를 가맹본부 매출(2015년 공정위 정보공개서 기준)의 7%로 설정했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빵은 매출액 대비 단가가 낮아 물류비가 비싸지만 한 판에 2~3만원 하는 피자는 3% 수준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업종에 따라 더 낮아질 수 있다는 얘기다.

본사에 지급하는 로열티는 가맹점 매출의 6%로 설정했다. 이는 현재 피자헛 등 글로벌 프랜차이즈에서 설정하고 있는 로열티 수준이다.

로열티 방식으로 바꾸면 미스터피자 OO점 수익구조 어떻게 달라지나(단위:원)

현재(로열티+유통마진 방식)

로열티 방식

매출액(7월)

6000만

6000만

1 가맹본부 공급 식자재

1920만

→1344만
(유통마진 30% 제거 후)

2 점주 직접구매 식자재(샐러드바 과일·채소)

300만

300만

식자재비(1+2)

2220만

→1644만

*1로열티
(가맹점 매출의3%)

180만

→360만
(가맹점 매출의6%)

*2 물류비

0
(식자재비에 포함)

→156만원
(가맹본부 매출의 7%)

3 광고판촉비(매출의 4%)

240만

240만

4 임차료

360만

360만

5 관리비(전기료 등)

300만

300만

6 급여(4.5명)

1000만

1000만

7 배달 대행료

500만

500만

8 부식비(직원)

40만

40만

9 감가상각비

60만

60만

10 카드 수수료

90만

90만

11 기타 잡비

50만

50만

판매비와 관리비(1~11)

2820만

3156만

영업이익

960만

1200만

세금(월 평균)

50만

50만

순익(점주 인건비 차감 전)

910만

1150만

*1.로열티: 피자헛 등 글로벌 브랜드 기준으로 산정

*2.물류비: CJ대한통운의 뚜레쥬르 물류비 기준으로 산정

이를 바탕으로 지난달 매출 6000만원을 올린 미스터피자의 한 점포가 로열티 방식으로 전환한다면 순익은 200만원 이상 늘어난다. 로열티(3→6%)가 180만원 추가되고, 물류비를 156만원 부담해야 하지만 식자재 공급가 인하(-30%)로 인한 이득은 576만원 늘기 때문이다. 단, 순익은 점주의 인건비 차감 전 금액이다.

지난달 매출 1324만원의 피자에땅의 한 점포는 로열티 방식으로 가면 오히려 점주가 갖고 가는 수익이 더 쪼그라드는 경우다. 로열티(6%) 비용으로 79만원을 새로 부담해야 하는데다 물류비로 79만원을 내야 한다. 대신 유통마진(30%) 차감액은 120만원으로 크지 않다. 그래서 순익은 오히려 30만원 줄어든다. 시뮬레이션 내용을 알려주자 익명을 요구한 점포주인 B씨는 "수익구조보다 가맹본부와 가맹점이 전혀 상생이 되지 않는 관행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 예로 B씨는 “우리 점포를 관리하는 슈퍼바이저가 올해만 5번 바뀌었다”며 “사실상 가맹점 관리를 하지 않는 셈”이라고 했다. 때문에 B씨는 월 60만원을 들여 자체적으로 판촉·광고 영업을 하고 있다. 수익구조 방식과 상관없이 힘들다는 얘기다.

로열티 방식으로 바꾸면 피자에땅 OO점 수익구조 어떻게 달라지나(단위:원)

현재(유통마진 방식)

로열티 방식

매출액(7월)

1324만

1324만

1 가맹본부 공급 식자재

400만

→280만
(유통마진 30% 제거 후)

2 점주 직접 구매 식자재(과일·콜라)

70만

70만

식자재비(1+2)

470만

→350만

*1 로열티

0

→79만
(가맹점 매출의 6%)

*2 물류비

0
(식자재비에 포함)

→70만원
(가맹본부 매출의 7%)

3 광고판촉비(매출의 2%)

26만

26만

4 점주 자체 판촉비(판촉물·앱 광고)

60만

60만

5 임차료

150만

150만

6 관리비(전기료 등)

100만

100만

7 급여(주말 알바 2명)

220만

220만

8 배달 대행료(월~목요일)

67만

67만

9 오토바이 2대 관리비 (주유비·보험료 등)

90만

90만

10 부식비(점주·직원)

50만

50만

11 카드 수수료

10만

10만

12 감가상각비

10만

10만

13 기타 잡비

10만

10만

판매비와 관리비

843만

→942만

영업이익

61만

32만

세금(월 기준)

10만

10만

순익(점주 인건비 차감 전)

50만

22만

*1.로열티: 피자헛 등 글로벌 브랜드 기준

*2.물류비: CJ대한통운의 뚜레쥬르 물류비 기준

전문가들은 로열티 방식이 정착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시각이다. 정종열 가맹거래사는 “유통마진을 완전히 없앤다면 로열티 방식에 찬성하는 점주도 많다. 그러나 유통 마진을 어느 정도로 하느냐 시각차가 있을 수 밖에 없다”며 “자칫하면 가맹점은 유통마진과 로열티를 모두 부담하는 구조로 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이럴 경우 공정위의 심판 역할이 중요한 데 수많은 프랜차이즈를 모두 감시할 수 있을 지도 문제”라고 말했다.

이정희 교수는 “현재 가맹본부와 가맹점간에 신뢰가 깨졌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가맹본부가 ‘더이상 유통과정에서 마진을 전혀 남기지 않는다’고 선언했을 때 점주들이 수긍할 만한 수준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미국에서 한때 물류구매조합 등이 공정한 식자재 유통의 대안으로 등장했지만, 실제로 하고 있는 곳은 극히 드물다”며 “우리만의 답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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