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간 던퍼드 미 합참의장 "북핵, 평화적 옵션 선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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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퍼드 미 합참의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고 있다. [AFP=연합뉴스]

중국을 방문 중인 조지프 던퍼드 미국 합참의장이 17일 북한 핵·미사일 위협과 관련, "군사적 해법은 끔찍한(horrific) 일"이지만, 미국에 대한 핵 공격 능력 개발을 허용하는 것도 "상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던퍼드 합참의장은 이날 베이징에서 기자들과 만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북핵위협에 대한) 신뢰하고 실행 가능한 군사적 옵션을 개발하라고 말했다"며 "그게 정확히 우리가 하는 일"이라고 밝혔다.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가 미국 언론 인터뷰에서 북핵 해결에 "군사적 해법은 잊어라"고 한 데 대한 답변에서다.

트럼프 취임 후 중국 방문한 첫 군사 지도자 #시진핑 "방중으로 미중 군대 관계에 진전 이뤄" #

던퍼드 합참의장은 "북한과 관련한 현 상황에서 평화적인 옵션을 더 선호한다"며 "누구도 경제적 압박만으로는 비핵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던퍼드 합참의장의 이 같은 발언은 북미 간 긴장이 완화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과 국무부 등이 군사 대응 카드보다는 대화를 강조하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21일부터 시행되는 한미 연합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축소 여부에 대한 질문에는 "북한의 공격 위협이 상존하는 한 합동 훈련에는 협상의 여지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전날 기내에서 기자들과 만나 15일 있었던 팡펑후이 총참모장과의 회동에서 북한 '비상사태'(contingency)에 대해서도 논의했다고도 밝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북한 김정은이 매우 현명하고 상당히 합리적인 결정을 했다"며 "안 그랬으면 재앙적이고 용납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났을 것"이라고 썼다. 미 국무부 대변인도 북한과 기꺼이 대화할 의사가 있다며 핵 실험·탄도미사일 시험발사와 동북아의 안정을 저해하는 언행 중단 등 선행 조건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던퍼드 합참의장은 이날 오후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을 만났다. 두 사람은 안보·외교·무역 분쟁으로 얽힌 양국 관계를 안정시키기 위해 군부간의 교류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던포드는 시주석에게 "우리는 당신과 트럼프 대통령이 군대 대 군대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위대한 위임과 정직으로 접근해왔으며 그 분명한 결과를 전달하고 싶다"고 말했다.

시 주석 역시 "당신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중국을 방문한 첫 고위 군 관계자"라면서, 짧은 방문기간이지만 꽤 포괄적이라 중국과 미국 간의 군대 관계가 상당한 진전을 이뤄냈다고 화답했다.

판창룽 중국 중앙군사위 부주석을 만난 던퍼드 합참의장. [AP=연합뉴스]

앞서 던퍼드 합참의장을 만난 판창룽(范長龍) 중국 중앙군사위 부주석은 모든 사태가 억제돼야 하며,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는 말과 행동을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전달한 바 있다.

중국 외교부도 이번 던퍼드 의장의 방중이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에 방점을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화춘잉(華春瑩)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7일 정례 브리핑에서 던퍼드 의장의 방중이 북핵 문제에 관해 중국에 압력을 넣기 위한 게 아니냐는 질문에 "우리는 한반도 문제에 대해 시종일관 적극적이고 건설적인 역할을 해왔으며 중국의 한반도 핵 문제 정책은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한반도 핵 문제와 관련해 "압박도 소용이 없고 위협은 더 소용이 없다"면서 "던퍼드 의장이 북핵 문제에 관해 중국에 압력을 가하는지는 관련 소식을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라며 명확한 답변을 피했다.

지난 13일 한국을 찾았던 던퍼드 합참의장은 이튿날 오후 중국에 도착, 15일 베이징에서 펑 총참모장과 회담한 데 이어 북·중 접경지역을 관할하는 중국 북부전구를 방문했다. 17일 오전에는 판창룽 중앙군사위 부주석을 만났다. 북부전구는 북한과 불과 200㎞ 떨어진 랴오닝(遙寧)성 선양(瀋陽)에 있는 곳으로, 미군 최고 지휘관의 방문은 2007년 이후 10년 만이다.

던퍼드 합참의장의 순방 계획은 일찍부터 잡혀있었던 것이지만, 최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괌 포격을 위협하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강경 발언을 쏟아내는 등 한반도 위기설이 제기된 시점에 이뤄져 주목받았다.

WSJ은 "중국이 민감한 시기에 던퍼드 합참의장의 방문을 수락한 것은 북한에 대한 불편한 심경을 반영한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분석을 소개했다. 보니 글레이서 아시아 전략 국제연구소(ACSIS) 선임 연구원은 "미국과 중국이 북한 위협 증가에 관해 우려를 공유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군 전문가인 로이 캄파우센 미 아시아정책연구소(NBR) 연구원은 "던퍼드 합참의장의 중국 북부전구 방문은 중국이 북한에 강력한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던퍼드 합참의장은 중국에 이어 일본을 방문, 18일에는 자위대 현역 최고지휘관인 가와노 가쓰토시(河野克俊) 통합막료장과 만나 북한 대응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경희 기자, 연합뉴스 dungl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