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미사일,중국 전역이 사정권",북한이 미사일로 중국 압박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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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평양 시민들이 지난 5월 22일 평양역 앞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을 통해 지대지 준중거리 탄도미사일 ‘북극성-2형’의 시험발사 장면을 지켜보고 있다. [평양 AP=연합뉴스]

북한 평양 시민들이 지난 5월 22일 평양역 앞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을 통해 지대지 준중거리 탄도미사일 ‘북극성-2형’의 시험발사 장면을 지켜보고 있다. [평양 AP=연합뉴스]

“북한이 개발에 성공한 신형 탄도미사일은 중국 전역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니혼게이자이(닛케이) 신문이 16일 온라인판에서 '북한 간부가 내부에서 입에 올렸다는 극비 대화의 일부'라고 소개한 내용이다. 닛케이는 "이런 내용의 발언이 북·중 국경을 넘어 중국에 흘러 들고 있다”면서 “북한이 중국 전역을 핵미사일로 조준하고 있다는 얘기”라고 보도했다. 북한이 중국 시진핑(習近平) 정권을 향해 전에 없던 고강도 무력 시위를 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닛케이는 이 같은 분석의 근거로 지난 5월 21일 북한이 평안남도 북창에서 발사했던 중거리 탄도미사일 ‘북극성-2’의 촬영 영상을 들었다. 당시 조선중앙TV는 북극성-2에 탑재된 카메라가 촬영한 영상을 중계 보도했다.

영상을 보면 미사일은 일본 열도가 있는 동쪽으로 향하고 있다.
반면 영상이 포착하고 있는 지역은 다름 아닌 중국 랴오닝(遼寧)반도다.
이어 고도가 올라가면서 보하이(渤海)만 서쪽 지역까지 카메라가 비추게 되고, 종국엔 수도 베이징(北京)이 나타난다.
마지막 영상은 일부러 앵글을 베이징 상공으로 옮겨, 조준하는 듯한 형태를 나타내고 있다는 것이다.

북극성-2가 전송한 지구 사진. 카메라가 중국 쪽을 향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북극성-2가 전송한 지구 사진. 카메라가 중국 쪽을 향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닛케이는 외교안보분야에 밝은 국제관계 소식통을 인용해 “말이 아닌 영상으로 의도를 전한 것은 교묘하다”면서 “김정은은 시진핑을 위협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소식통은 “북한이 지금 기술로는 워싱턴을 핀포인트 공격할 능력은 없다”면서 “하지만 평양에 가까운 베이징이나 상하이(上海)라면 비교적 용이하다”고 덧붙였다.
신문은 북한이 중국을 이처럼 자극하는 이유가 대북 문제를 둘러싼 미·중 협력에 있는 것으로 봤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공조해 대북 압박을 강화하고 있는 시진핑 정권에 대한 노골적인 불만 드러내기라는 것이다.
고체연료를 이용하는 북극성-2는 이동식발사대(TEL)에 탑재할 경우 발사 징후 포착이 어려워 한·미 군 당국이 예의주시하는 미사일이다.
또 다른 북·중 관계 소식통은 닛케이에 “김정은은 북한이 중국의 ‘반식민지’로 전락하는 것을 피하는 수단은 핵무기라고 생각하고 있다”면서 “북극성-2를 다양한 탄도미사일과 연계할 경우 중국과도 대등하게 협상할 수 있다고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닛케이는 "이달 초 중국이 새로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안에 찬성한 것도 북한의 무력 시위에 대한 대응 메시지일 가능성이 있다"고 풀이했다. 또 중국 인민해방군이 지난달과 이달 두 차례나 서해에서 실전에 대비한 대규모 군사훈련을 벌인 것도 대북 압박용으로 분석했다.
닛케이는 “지난 11일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가 ‘만약 북한이 미국 영토(괌)를 공격해 미국이 보복해도 중국은 중립을 지킬 것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주장한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면서 “김정은이 최근 괌 겨냥 탄도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미국의 행동을 좀 더 지켜보겠다’고 말한 것도 중국의 태도와 연관돼 있다”고 주장했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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