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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백화점그룹 정지선 회장의 '통큰 결정'…비정규직 2300명 정규직 된다

중앙일보

입력

정지선 회장

정지선 회장

현대백화점그룹 정지선 회장이 통 큰 정규직 전환 결정을 내렸다. 문재인 정부 들어 유통 대기업이 대규모 정규직 전환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통 업계에 관행처럼 굳어진 파견근로 중심의 고용 형태를 확 바꿔 정규직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는 의도다. 이런 움직임은 다른 유통 기업으로도 퍼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신규채용 인원과 맞먹는 수준 #문재인 정부 들어 유통 대기업 중 처음 #하반기 신규 채용도 전년대비 30% 늘려 #정규직 전환 바람 업계로 번질지 주목 #

현대백화점 그룹은 16일 현대백화점과 현대그린푸드 등 계열사 소속 비정규직 2300여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일자리 창출과 상생 협력이라는 시대적 흐름에 맞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정규직 전환을 시행하기로 했다”면서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직원 수는 지난해 뽑은 신규 채용인원(2340명)과 맞먹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계열사별로 보면 현대백화점이 고객 응대 및 사무 보조직 비정규직 직원 140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해 대상 직원이 가장 많다. 현대그린푸드는 판매 인력 등 외식 관련 비정규직 직원 700명이 정규직으로 전환된다. 현대홈쇼핑 등 다른 계열사에서도 총 200여명이 정규직 전환 대상이 된다.

다만 이들이 당장 정규직으로 신분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저마다 파견ㆍ도급 회사와의 계약 기간이 있기 때문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이들의 계약이 종료되는 대로 정규직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또 예정된 인원과는 별개로 추가적인 정규직 전환도 지속해서 검토하기로 했다.

정규직 전환과 함께 하반기 신규 채용도 대폭 늘어난다. 올 하반기 신규 채용 인력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30% 많은 1340명으로 늘리기로 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지난해보다 10명 늘린 1320명을 채용했다.

매장에서 근무하는 협력사원(판매사원)의 복리 후생 개선에도 연간 50억원 규모를 투입한다. 협력사원 복지 프로그램인 ‘현대 패밀리 프로그램’을 시행한다. 현대백화점에서 2년 이상 근무한 협력사원 1만명이 대상이다. 이들에게는 상품 구매나 문화공연과 문화센터 이용시 정규직과 동일한 혜택을 제공한다.

앞서 2014년부터 현대백화점은 협력사원 자녀 250여 명에게 매년 5억원의 장학금을 지원해 오고 있다. 또 현대백화점과 현대홈쇼핑은 자금 사정이 열악한 중소 협력업체를 위해 약 600억원 규모의 동반성장펀드를 조성해, 1년에 최대 3억원까지 시중보다 낮은 금리로 자금을 지원해주고 있다.

현대백화점의 변화에 다른 유통 업체들도 정규직 전환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유통기업 중에 가장 먼저 정규직 전환에 나선 기업은 이마트다. 이마트는 2013년 사내 하도급 사원 1만여 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고, 2007년에는 판매사원 5000여명을 정규직(무기계약직)으로 고용했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10월 신동빈 회장이 경영 혁신안을 발표하고 향후 3년간 비정규직 1만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익명을 요구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가 ‘비정규직 제로’를 내건 데다 공정위의 대형 유통사 불공정 행위 개선 대책까지 더해지면서 정규직 전환을 고민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한번에 대규모 정규직 전환을 위해서는 적지 않은 비용이 소요되는 만큼 점진적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비정규직 근로자를 단번에 기존 정규직과 동일한 임금으로 맞춰주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서 "무기계약직 전환으로 이런 부담을 다소 덜어내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장주영 기자 jang.joo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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