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노조, 회의록 공개…"고영주가 MBC블랙리스트 지휘"

중앙일보

입력

노진호 기자

전국언론노조 MBC본부가 16일 서울 상암MBC 노조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등 이사진이 MBC블랙리스트를 사실상 지휘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2월 이사회 회의록 공개 #"방통위, 고영주 등 해임해야" 주장

MBC 노보에 실린 이사회 회의록

언론노조 MBC본부는 이러한 주장의 근거로 지난 2월 23일 열린 이사회 회의록을 이날 공개했다. 이날은 MBC 사장 후보자 3명에 대한 면접을 진행하고, 김장겸 사장을 최종 선임했던 날이다. 언론노조 MBC본부 주장에 따르면 고영주 등 방문진 이사들은 노조원들의 업무 배제를 노골적으로 지시했다.

이날 언론노조 MBC 본부 측이 공개한 회의록에서 고영주 이사장은 "우리가 믿고 맡길 수 없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은 것으로 듣고 있다"며 "앵커로도 안 내세우고, 중요한 리포트도 안 시키고 그렇게 할 만한 여력이나 방법이 있느냐"고 묻고 있다. 김광동 이사 또한 "전체 맨파워가 그것(조합원 배제)을 버텨낼 정도가 되냐"고 물은 것으로 나타나 있다. 이 같은 질문에 당시 권재홍 사장 후보는 "경력기자 중에도 앵커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고 답하고, 김장겸 당시 사장 후보 또한 "저는 (사람을 쓸 때) 과거의 히스토리를 주로 봅니다"고 답한 것으로 나온다. 특히 권재홍 사장 후보는 "언론노조 소속 PD들이 만드는 것은 다 편향된 시각을 가지고 만들기 때문에 위에서 어떻게 하라고 해도 방향을 수정하지 않는다"며 "손을 떼게 하고 빨리 외부에서 올바른 가치관을 가진 PD들을 뽑아서 자리를 수혈해 나가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도 나타나 있다.

MBC 노보에 실린 이사회 회의록

언론노조 MBC본부 측은 고영주 이사장 등 경영진의 이 같은 인식을 바탕으로 실제로 MBC블랙리스트가 작동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고 이사장은 노조원들을 '유휴 인력', '잔여 인력' 등으로 표현하며 항후 관리 방안 등을 물었다"며 "방문진 구 여권 추천 이사들이 MBC 전현직 경영진과 공모해 조합원을 편향된 이념집단으로 매도하고 방송 프로그램에서 배제하는 등 불이익을 줬다"고 말했다.

또 "지난 2월 사장 후보자 면접은 사실상 중대범죄행위의 지시, 실행을 함께 모의한 자리였다"며 "이에 관여한 자들은 모두 공영방송 이사와 사장으로서 부적격임은 물론 형사처벌 대상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범죄 행위를 모의한 자리에서 이뤄진 김장겸 사장 선임은 원천 무효"라며 "방통위는 즉각 고영주 등 문제 인사들을 해임하고 검찰은 철저히 수사해 범법자들을 기소하라"고 말했다.

노진호 기자 yesn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