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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들 "수능 개편안, 사교육 경감 효과 없다" 한목소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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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난 10일 공개한 '2021학년도 수능 개편안'을 두고 교사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공교육을 살리려면 수능 전체 과목을 절대평가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 학교 혼란을 줄이기 위해 점진적으로 바꿔 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선다.[중앙포토]

정부가 지난 10일 공개한 '2021학년도 수능 개편안'을 두고 교사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공교육을 살리려면 수능 전체 과목을 절대평가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 학교 혼란을 줄이기 위해 점진적으로 바꿔 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선다.[중앙포토]

절대평가 전환과 문·이과 통합을 핵심으로 하는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개편 시안의 후폭풍이 거세다. 대입에서 수능의 변별력을 확보하기 위해 일부 과목만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게 맞다는 주장, 전체 과목에 절대평가를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중앙일보, 고교 교사·교장 등 10명 의견 수렴 #학습부담, 사교육 경감에 10명 모두 "효과 없다" #"올해부터 절대평가 하는 영어도 사교육 안 줄어" # #통합사회·과학 등 4 과목 절대평가하는 1안 찬성 많아 #EBS 수능 연계는 10명 중 8명이 "축소·폐지" 주장 #"수능 무력화 대비책 세우고서 절대평가 도입해야"

하지만 교사들은 교육부의 시안에 대해 교육부가 내놓은 1안(한국사·영어·통합사회·통합과학·제2외국어 등 5개 과목만 절대평가), 2안(수능 전체 8개 과목 모두 절대평가) 모두 수험생의 학습부담이나 사교육을 낮출 것이라는 교육부 설명에 대해선 회의적이다. 현재 중 3이 고교에 진학하는 내년부터 적용되는 ‘2015 개정 교육과정’ 취지에 맞지 않기 때문에 3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교육부는 모두 4번의 공청회에서 의견을 수렴해 현재 중 3부터 적용되는 수능개편안을 이달 말 확정한다.

교사들은 수능 개편안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중앙일보는 서울·경기·인천 지역 고교 교사 혹은 교장 10명의 의견을 들어봤다. 이들은 김병인(서울 당곡고, 생물)·김준영(서울 잠실고, 사회)·배영준(서울 보성고, 진학상담)·송선용(인천 광성고, 진로진학부장)·이성권(서울 대진고, 사회)·전철(경기 양서고, 수학) 교사, 송현섭 서울 도봉고 교감, 신동원(서울 휘문고)·오세목(서울 중동고)·주석훈(서울 미림여고) 교장이다.

이들은 1, 2안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렸으나 수능 개편안에 대해선 10명 모두 “이번 수능 개편안으로는 사교육이 줄어들지 않는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배영준 보성고 교사는 “통합사회·통합과목이 수능시험에 포함돼 사실상 공부해야 하는 과목이 늘었다. 이들 과목에 절대평가를 적용해도 일정 점수에 들기 위해 사교육 받는 학생들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송선용 인천 광성도 교사도 “올해 수능부터 절대평가로 바뀌는 영어과목도 사교육을 받는 학생들이 줄지 않았다. 통합사회·통합과학도 중학교 때 끝내고 고교에 올라와 다른 과목에 집중하는 형태가 될 가능성 높다”고 전했다. 김준영 잠실고 교사는 “대학 서열화가 해소되지 않는 한 대입제도가 아무리 바뀌어도 사교육은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교육부가 지난 10일 시안을 내놓으며 언급한 ‘학생 부담 최소화’ 등에 공감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앞서 교육부 박춘란 차관은 지난 10일 “통합사회·통합과학은 중학교 과정이 60~70%다. 학생 부담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주희 교육부 대입제도과장은 국어·수학 등 쏠림현상이 우려되는 1안 도입에 대해선 “난이도를 적절하게 유지하고, 교과 학습량을 파악할 수 있게 출제해 상대평가 과목으로만 쏠리는 현상을 방지하곘다”고 말했다.

교사들 중에선 1안 지지가 2안보다 조금 높아 10명 중 6명이 1안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1안을 지지한 교사들은 2안에 대해선 “대입 변별력 없고, 학습 부담을 줄이는 효가가 없고, 사교육 경감 효과도 없는 3무(無)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1안에서처럼 국어·수학·탐구영역은 현재처럼 상대평가로 유지한 채 절대평가를 점진적으로 확대해야 학교 혼란을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송현섭 도봉고 교감은 “전 과목을 절대평가로 치르는 게 장기적으로 맞는 방향이긴 하지만 아직은 시기상조다. 수능이 무력화 됐을 때의 대비책을 마련한 후에 전과목을 절대평가로 전환해야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만약 이런 보완책 없이 수능 전 과목을 절대평가로 전환하면 “대학에선 우수학생을 가려내기 위해 평가에서 내신·학생부·면접 등 강화해 사실상 본고사가 부활하게 될 것”이라고 송 교감은 우려했다.

교육부가 2안을 채택하면 내신·학생부 관리가 안 된 학생들이 도전할 기회를 잃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세목 중동고 교장은 “지금도 학생들은 ‘내신시험 한 번 망치면 대포자(대학 진학을 포기한 사람)가 된다’고 자조섞인 농담을 한다. 수능이 절대평가로 바뀌면 대학에서는 수능과 내신을 함께 평가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재수생이나 뒤늦게 학습의욕이 생긴 학생들이 불리해진다”고 말했다. 이런 학생들에게도 기회를 줄 수 있게 수능은 어느정도 변별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2안을 지지한 교사들은 수능 전체 과목을 절대평가로 전환해야 학교가 살아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주석훈 미림여고 교장은 “일부과목을 상대평가로 남겨 놓으면 학교는 대입과 수능 준비 부담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렇게 되면 2015 개정교육과정의 취지인 창의적이고 다양한 교육을 진행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해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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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안으로 가더라도 탐구영역 선택과목은 절대평가를 적용해야 한다는 3안도 있었다. 교육부는 이번 개편안에서 선택과목을 기존 2과목에서 1과목을 줄였는데, 이같은 방식이 과목간 유불리를 심화시키고 일부과목 쏠림 현상을 유발할 것이란 우려다. 배영준 보성고 교사는 “1안에서 선택과목을 1개만 선택하게 되면 수험생들은 점수 받기 수월한 ‘사회문화’ ‘생활과 윤리’ ‘지구과학’으로 몰릴 가능성이 높다. 물리·경제같이 점수 받기 어려운 과목은 학교에서도 소외될 게 불보듯 뻔하다”고 전했다.

수능개편안에 대한 전면적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얘기도 나왔다. 2015 개정교육과정의 취지를 살리지 못한채 부작용만 클 것이란 주장이다. 송선용 인천 광성고 교사는 “대입이라는 큰 틀 안에서 수능제도를 개편해야 혼란을 줄일 수 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수능제도와 고교성취평가제·고교학점제·대입전형 등을 연계해 방안을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부가 수능 개편 시안을 발표한 이후 지난 11일 서울 교대에서 처음 열린 공청회. 교육부는 모두 4번의 공청회에서 의견을 수렴한 뒤 오는 31일 개편안을 최종 확정한다. [중앙포토]

교육부가 수능 개편 시안을 발표한 이후 지난 11일 서울 교대에서 처음 열린 공청회. 교육부는 모두 4번의 공청회에서 의견을 수렴한 뒤 오는 31일 개편안을 최종 확정한다. [중앙포토]

한편 학교 교육을 파행시킨다는 지적을 받아온 ‘EBS교재 수능 출제’에 대해선 10명 중 8명이 “축소·폐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대부분 EBS교재가 교과서를 대체하고 EBS 강의가 수업을 대신해 왔다는 이유를 댔다. 이성권 대진고 교사는 “EBS가 수능과 연계된 2004년 이후 EBS가 대한민국의 모든 교육의 중심에 서게 됐다. 교사와 학생 입장에선 가르치거나 공부하기 수월한 측면이 있지만, 이런 식으로는 우리 교육이 발전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전민희·이태윤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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