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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학생 성희롱 농담' 인하대 의대생 7명 '징계 일시 중단'

중앙일보

입력

술자리에서 여자 동기생의 이름을 거론하며 성희롱 발언을 해 징계처분을 받은 인하대 의예과 남학생 7명에 대한 대학 측의 징계 효력이 일시적으로 중단됐다.
인천지법 민사21부는 11일 인하대 의예과 학생 A씨(22) 등 7명이 학교법인 정석 인하학원 조양호 이사장을 상대로 낸 징계처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고 밝혔다.

인하대 학생들이 지난 8일 교내 게시판에 붙인 대자보. [연합뉴스]

인하대 학생들이 지난 8일 교내 게시판에 붙인 대자보. [연합뉴스]

재판부는 "이들이 징계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한 만큼 본안소송의 결론이 날 때까지 일시적으로 징계처분의 효력을 정지하고 올해 2학기 수강신청과 교과목 수강을 금지해서는 안 된다"고 학교 측에 명령했다.
이들은 지난해부터 올해 학기 초까지 학교 인근 식당과 술집, 축제 주점 등지에서 같은 학과 여학생들을 언급하며 성희롱 발언을 해왔다고 한다.

인천지법, 징계 학생 7명이 낸 징계처분효력정지 가처분 인용 #법원, "정학으로 이들이 받게 될 불이익이 심히 중대해" #징계 적절성 여부는 본안소송에서 다뤄질 예정

일부 학생들은 후배들에게 점심을 사주며 "여학생 중에서 스나마(얼굴과 몸매 등은 별로이지만 그나마 섹스를 하고 싶은 사람을 뜻하는 은어)'를 골라보라"고 했다. 후배들이 몇몇 여학생의 이름을 말하자 "봉지 씌워놓고 하면 되겠네" "당장 불러도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이런 사실은 지난 4월 5일 교내 성평등상담실에 "의과대학 학생들 사이에서 성희롱이 발생했다"는 신고가 접수되면서 알려졌다.

지난 8일에는 피해 여학생들이 교내에 해당 학생들을 성토하는 대자보를 붙이기도 했다. 이 대자보에는 가해 학생 수를 9명으로 적었다. 그러나 조사 결과 가해 학생 수는 21명으로 집계됐다. 인하대는 이들 중 5명은 무기정학, 6명은 90일의 유기정학, 2명은 근신, 8명에겐 사회봉사 처분을 내렸다.

인하대 본관 전경. [중앙포토]

인하대 본관 전경. [중앙포토]

이 중 90일의 유기정학 처분을 받은 3명과·무기정학 처분을 받은 4명 등 7명이 법원에 징계처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들은 "혈기왕성한 남학생만 모인 술자리 자리에서 한 농담"이라며 "성희롱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90일의 유기정학 또는 무기정학으로 A씨 등이 받을 불이익이 심히 중대하다"며 이들이 낸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법원은 "유기정학을 받은 3명의 경우 의과대학의 커리큘럼 교과목이 1년 단위로 개설되는 만큼 2017년 2학기 수업을 듣지 못하면 사실상 내년 1학기 수업까지 들을 수 없게 돼 유기정학 처분보다 훨씬 더 가혹한 결과를 받게 된다"며 "이들이 본안소송에서 '징계처분이 사회 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재량권의 범위를 벗어났다'고 주장하는 만큼 다퉈 볼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인하대 로고. [연합뉴스]

인하대 로고. [연합뉴스]

또 "이들에 대한 유기·무기정학이 시작되지도 않았는데도 수강신청도 할 수 없고 전공과목 수업은 오는 14일부터 시작하는 만큼 징계처분 효력을 미리 정지하지 않고 본안소송을 진행하면 이들이 승소해도 이번 학기 수업을 진행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법원 관계자는 "가처분의 경우 본안소송 판단 전에 징계처분의 효력을 잠시 정지하는 정도의 효력만 가진다"며 "본안소송 과정에서 징계처분의 효력이 변경될 경우 이들이 받을 불이익만 고려해 판단한 것으로 징계처분이 합당한지 여부 등은 본안소송에서 다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천=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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