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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나는 운송거부 피해] 레미콘 바닥…건설현장 손 놓을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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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그나마 비가 많이 와서 다행이다."

쌍용양회 관계자는 "나흘째 이어진 운송 거부로 하루 4만~5만t의 시멘트 운송이 거의 마비된 상황"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평일 기준으로 하루 1백억원의 피해를 보고 있는 시멘트업계는 물론 레미콘 및 건설업계도 줄줄이 피해가 현실화할 상황에서 주말과 폭우가 겹쳐 수요가 줄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레미콘업계의 재고가 거의 소진돼 사태가 길어질 경우 이번 주 초부터 일손을 놓는 건설 현장이 하나둘씩 나올 전망이다.

컨테이너 물류난이 가중되면서 수출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무역업계는 선적 작업이 완전 중단될 경우 국내 기업들의 수출차질액이 하루 평균 1억8천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전자업계는 24일 출하작업을 하지 않던 휴일을 이용해 미출하 물량을 소화하는 긴급 작업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빈 컨테이너와 비조합원 차주를 확보해 광주사업장에 쌓여 있던 미출하 물량의 40%를 처리했다.

회사 관계자는 "휴일에도 쉬지 못해 운전자와 출하 담당자들의 피로가 누적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LG전자는 미리 확보한 빈 컨테이너 2천2백개가 25일부터 바닥날 것으로 보고 추가 컨테이너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 5월 운송 거부로 큰 피해를 보았던 철강.조선.자동차업계에서도 확보해 놓은 재고와 비조합원 등을 동원한 비상 수송 물량으로 겨우 버티고 있으나 이번 주 초를 고비로 어려움에 처할 전망이다. 자재의 거의 1백%를 육로에 의존하는 현대미포조선의 경우 2~3일 후에는 정상 조업이 어려울 전망이며 한진중공업.삼성중공업.STX조선 등도 재고가 빠듯하다.

포스코는 24일 다른 지역 차량을 수배하는 등 1백68대를 확보해 휴일 출하에 나섰다. 평소의 50~70% 정도만 출하하고 있는 INI스틸과 동국제강 등도 운송 거부를 앞두고 5일치 정도를 먼저 출하해 당장 피해는 없지만 25일이 한계다. 이에 따라 산업자원부는 홈페이지(www.mocie.go.kr)를 통해 1천60여개의 전국 운송업체 명단을 제공하기로 했다.

산자부는 현재 운송 거부에 가세하지 않은 전국화물차주연합회 5개 지부(울산.인천.부산.포항.군산)에서도 운송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현재 한국무역협회 등의 '긴급 화물운송 비상연락망'을 통해 접수된 비상 수송 요청은 82개 업체, 1만1천TEU로 집계됐다.

무협은 "수출업계 피해 액수가 실제 피해가 아닌 선적 차질 수준인데도 과도한 위기감을 불러일으킨다는 산자부의 의견에 따라 24일부터 피해액을 발표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창우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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